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영향으로 농식품 수출 차질이 가시화되고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일본과 중국·홍콩·대만 등 중화권을 중심으로 한국 농식품에 대한 부정적 분위기가 확산돼 이들 국가의 한국 농식품 소비가 평균 5%, 최고 50% 줄어든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국내 메르스 확진자가 입국해 논란을 빚었던 홍콩에서는 한국 신선농산물과 가공식품의 소비가 각각 50%, 30% 줄었다는 게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조사 결과다.
한국 농식품의 수입을 중단한 곳도 있다. 대만 맞추세이 슈퍼마켓은 최근 메르스 발생을 이유로 한국 신선농산물의 수입을 중단했다. 대만 내 75개 분점을 둔 맞추세이는 한국 농식품을 연간 60만달러어치 정도 수입하는 업체다. 또 다수의 해외바이어들이 한국 농식품 수입 중단을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져 추가적인 수입 중단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한 신선농산물 수출업체 관계자는 “일본바이어가 메르스를 이유로 다른 나라로 수입선을 돌리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걱정했다.
신규시장 개척에도 메르스가 걸림돌이 되고 있다. 해외 바이어들이 메르스를 이유로 한국 방문을 꺼려 국내 농식품 수출상담회가 축소되거나 연기될 조짐을 보이고 있어서다. 이달 중순 개최된 ‘경북농식품전’과 ‘대구식품전’에는 해외바이어의 참가 취소가 많았고, 9월로 예정된 aT의 농식품 수출상담회도 해외바이어들이 참가를 기피해 애를 먹고 있다.
이달 11일과 13일 각각 예정됐던 aT의 ‘할랄수출상담회’와 농림축산식품부의 ‘한·UAE 할랄식품산업 협력 심포지엄’은 9월 이후로 연기됐다. 메르스로 인해 할랄식품 수출 추진에도 제동이 걸린 셈이다.
일부 국가에서 우리 바이어의 방문을 달갑게 여기지 않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aT는 7월 초 중국 칭다오에서 ‘K푸드페어’를 열기로 했다가 현지 바이어의 요청으로 8월 말로 연기한 상태다. 농협무역 관계자는 “해외에서 국내 바이어의 방문조차 꺼리고 있어, 수출농가들의 불안감이 심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오형완 aT 수출전략처장은 “미국과 유럽에서 메르스로 인한 특이동향이 없는 게 그나마 다행이지만, 메르스가 장기화되면 중화권을 중심으로 농식품 수출에 큰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우려했다.
올해 농식품 수출실적은 이달 14일 현재 26억93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 감소하는 데 그치고 있으나, 메르스 여파가 지속되면 수출감소폭이 커질 것이란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강혜영 농식품부 수출진흥과장은 “‘메르스가 농산물과 식품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내용으로 해외 안전성 홍보에 주력하고 있다”며 “메르스로 인한 농식품 수출차질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