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일 서울 가락시장과 대형 유통업체, 농협 판매장에 따르면 최근 들어 국산 베리류의 시장이 조금씩 활기를 띠고 있다.
유통 현장에서 베리류는 뚜렷한 정의가 있다기보다는 작고 앙증맞은 나무열매를 통칭하는 용어로 쓰인다. 블루베리와 산딸기·복분자·오디 등이 대표적인 베리류로 꼽힌다. 체리·앵두·산수유처럼 씨가 단단한 일부 핵과류도 넓은 의미에서 베리류에 포함시키는 경우도 있다.
국산 베리류 시장이 한층 다채로워지고 있다. 아로니아(블랙초크베리)·블랙커런트 등 생소한 이름의 품목이 속속 선보이는데다 판매망이 일부 확충됐기 때문이다.
롯데마트는 충남 논산과 전남 장성 등지에서 재배한 블랙커런트를 생과 상태로 6월29일부터 전국 모든 점포에서 판매하고 있다. 가격은 300g들이 한팩당 7900원. 소비자에게 덜 알려진 과일은 기피하고 같은 품목이라도 물량과 가격이 안정적인 외국산을 선호하는 유통업체로서는 이례적인 판매활동이다.
신경환 롯데마트 과일팀장은 “고령화와 이른바 ‘웰빙’ 바람으로 항암이나 노화방지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베리류의 수요가 늘고 있는 데 주목, 산지를 직접 개발해 상품화했다”고 말했다.
베리류의 가장 큰 단점은 선도에 매우 민감하고 출하시기가 극히 짧아 전국적인 유통망을 갖기 어렵다는 것. 따라서 제철을 전후해 주산지 인근의 대도시를 중심으로 생과용 소비가 반짝 활기를 띠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최근엔 제철에 많은 양을 구입하려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어 산지 입장에선 의외로 쏠쏠한 소득을 올릴 수 있다는 게 시장 관계자들의 공통된 얘기다. 생과일 음료·빙수 전문점이 인기를 끌어선지 갈아서 음료처럼 마시거나 빙수 위에 얹어 먹는 쪽으로 과일 섭취 방식이 바뀐 데 따른 변화라는 설명이다.
최우영 농협 청과사업단 대리는 “막 출하가 끝난 산딸기만 해도 과거엔 주산지인 경남 김해와 가까운 부산·울산 등의 대도시에서 2주일가량 판매가 집중되는 경향을 보이곤 했는데, 최근엔 냉동보관하거나 잼으로 만들어 두려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는 추세”라면서 “가공시설을 갖추지 않은 소규모 농가의 경우 출하를 단기간에 끝내야 하는 부담도 있는 만큼, 확실한 판로 없이 신규 재배에 나서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일부에선 묘목업체의 설명만 믿고 심었다가 과잉 생산이나 판로 미확보로 낭패를 봤다는 베리류 농가들이 심심찮게 나온다는 얘기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