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종경 경남 창녕 이방농협 조합장(오른쪽 두번째)과 공정표 상무(맨 왼쪽)가 마늘 재배농가들과 공판장에 출하된 마늘을 살펴보며 올해 시세 등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올해 첫 건마늘 경매가 열린 1일 경남 창녕군 이방농협(조합장 성종경) 산지공판장. 마늘 출하농가는 물론 올해 첫 산지마늘 시세가 어떻게 형성되는지를 보려고 전국 각지에서 온 마늘농가와 상인 등 1500여명이 몰려들어 발디딜 틈조차 없었다.
이날 출하 물량은 지난해와 비슷한 20㎏들이 1만1700여망이지만 다른 점은 농가당 20~30여망씩 소량출하가 주를 이뤘다는 점이다.
벨소리와 함께 경매가 시작되고 낙찰가격이 전광판에 떠올랐지만 농가들의 표정은 큰 변화가 없었다. 대부분의 농가들이 가격은 생산비를 넘어선 것 같은데 작황불량으로 물량이 줄어 살림살이에는 크게 보탬이 되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마늘 9917㎡(3000평)를 재배한 하재덕씨(54·창녕군 이방면 안리)는 “올해는 파종기 때 잦은 비로 작황이 저조하고 2년간 가격하락으로 고생한 농가들이 재배를 포기해 전체 생산량이 줄어든 것 같다”며 “물량이 없어 가격이 오른다 해도 내다팔 물량이 줄어 소득은 나아질 것이 없다”고 말했다.
경북 고령에서 마늘을 가지고 나온 김기봉씨(50·개진면)는 “오늘 상품은 1㎏당 4270원, 중품은 4010원을 받았다”면서 “1㎏당 생산비 3000원 선에 비해서는 좀 괜찮은 시세 같아 보이지만 작황부진으로 생산량이 10~20% 줄어든 것을 감안하고, 지난 2년간 말도 안되는 가격으로 밑진 비용을 생각하면 주머니에 들어오는 돈이 늘어난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1만9173㎡(5800평) 규모로 마늘농사를 짓는 황석인씨(52·창녕군 이방면 모곡리)는 “2년간 마늘가격이 생산비보다 턱없이 낮았기 때문에 올해 그 손실을 조금 회복할 수 있으리라 기대하고 있었는데 정부가 물가대책 차원에서 수입마늘 카드를 꺼낸다고 하니 걱정이 태산”이라고 말했다.
마늘농가 최정만씨(56)는 “솔직히 농가들도 이렇게 마늘가격이 널뛰기 하는 것을 반기지 않는다”면서 “가격이 오르면 내년에 재배가 몰려 다시 가격이 하락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기 때문에 오히려 정부가 최저가격을 보장해 안정적으로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해주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이날 공판장에서 만난 일부 농가들은 “올해 마늘가격을 보면 정부가 내놓는 정책과 반대로 농사를 지으면 된다는 말이 꼭 들어맞는다”면서 “정부 말과 반대로 재배면적을 늘린 농가는 그나마 그간 입은 손실을 만회할 기회를 얻었지만 정부 말만 듣고 재배를 줄인 농가는 속만 끓여야 할 상황”이라고 볼멘소리를 했다.
한 유통전문가는 “정부의 물가안정 의지를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니지만 가격이 폭락하면 상대적으로 뒷짐지고 있다가 폭락한 가격이 회복세를 보이면 그 폭락가격을 잣대로 수입카드를 꺼내드는 후진적 물가대책은 이제 지양해야 한다”면서 “농가들이 꾸준히 안정적으로 농사지을 수 있도록 생산비를 보장해 주고 최저가격을 현실화시켜 주는 것이 급선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