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일 부산국제금융센터. 국민권익위원회는 이곳에서 일명 ‘김영란법’인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의 시행령 제정을 앞두고 각계 의견을 듣기 위해 설명회를 개최했다.
하지만 화훼업계 대표로 참석하기로 했던 최성환 한국화훼생산자협의회장(부산경남화훼농협 조합장)은 참석을 거부했다. 최 회장은 “청탁금지법의 가장 큰 이해당사자인 농업계의 의견을 들을 생각도 하지 않는데 굳이 참석할 필요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그나마 이날 설명회에 참석했다는 홍영수 한국절화협회 사무국장은 “설명회를 모두 지켜봤는데 농업계가 가장 큰 현안 문제로 제기한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금품’에 관한 논의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며 “현장 공무원 교육 수준의 설명회를 개최하면서 각계 의견을 듣는다고 홍보하니 울화가 치민다”고 말했다.
청탁금지법의 시행령 제정을 앞두고 농업계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권익위가 8월 말까지 시행령 입법예고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지만 최대 이해당사자인 농업계의 의견은 반영되지 않고 있다. 농업계는 최근 논의되고 있는 ‘선물금액 상한선 5만원’이 그대로 시행령에 반영될 경우, 농축산물 수요 위축으로 농업이 고사 위기에 내몰릴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농협 축산경제리서치센터는 6일 발표한 ‘부정청탁금지법, 농축산물 수요위축 우려’ 자료에서 허용대상 선물 상한선이 5만원 수준에서 정해지면 농축산물의 선물 수요는 큰 폭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농협하나로클럽 서울 양재점이 지난해 설·추석 등 명절에 판매한 5만원 이상 선물세트 비중은 과일이 전체 매출의 50%, 한우는 99%를 차지했다.
현재 배의 경우 연간 유통량에서 설·추석 등 명절 소비량이 차지하는 비중이 60~70%에 이르고 있다. 사과는 그 비중이 35~40%다. 이를 감안할 때 청탁금지법 시행으로 5만원 이상 선물이 금지된다면 명절 과일인 사과·배는 수급상 직격탄을 맞을 것이 불보듯 뻔하다. 한우 역시 명절 때 8308억원의 매출(2012~14년 3개년 평균)을 올린 점을 감안할 때 50%의 소비 감소가 발생할 경우 한우농가는 2000억원 이상의 수입 감소가 예측되고 있다.
이에 따라 700여개 지역농협이 참여하고 있는 농협품목별전국협의회 회장단은 오는 15일 긴급 모임을 갖고 “청탁금지법에서 농산물을 수수 금지품목 대상에서 제외시킬 것”을 강력히 요구하기로 했다.
이근수 한우자조금관리위원장은 “부정청탁과 금품수수를 금지한다는 법 취지는 좋지만 농축산물에 똑같은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국내 농축산업을 위협하는 행위”라며 “특히 한우는 민족 고유의 식량산업인 만큼 예외 조항을 넣어 법 적용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광천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사무총장은 “농축산물 시장개방으로 농업이 처한 어려움을 이해한다면 오히려 국산 농축산물 선물을 장려해야 한다”며 “청탁금지법 시행령이 농축산물을 규제하는 쪽으로 결정된다면 특별법 제정을 추진해서라도 농축산물을 제외시키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