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폐허에서 다시 시작(1945~1969년)=일제의 수탈과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국토의 상당 부분이 폐허로 변했다. 농촌도 마찬가지였다. 주택은 물론 농업 생산에 필요한 관개시설 등 인프라가 대부분 파괴됐고, 남북 분단에 따른 전력공급 중단으로 전기도 매우 부족했다. 운송 수단의 경우 자전거조차 찾아보기 힘들었고, 우마차가 일부 있었지만 이도 충분하지 않았다.
1953년 충북 보은군 회북면 쌍암리의 실정을 보여주는 자료에 따르면 이 지역은 관개시설이 전혀 없는 탓에 당시 3년에 걸쳐 연속 발생한 가뭄으로 밭의 70%가 피해를 입었다. 홍수가 나면 경지는 그대로 황폐화돼 당시 경지 총면적의 41%가 황무지로 변했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정부는‘지역사회개발사업’을 시작했다. 이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개발도상국의 농촌지역 개발을 위해 유엔(UN)이 채택한 농촌개발 모형으로, 개발 대상 마을이 선정되면 외부의 지도원이 마을에 주재하면서 주민 스스로 마을의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하는 방안을 찾는 방식으로 추진됐다. 이 사업은 1970년대 새마을운동의 추진 방식과 전략에 있어 중요한 모델이 됐다.
◆새마을운동으로 탈바꿈(1970년대)=1960년대 말까지 농촌의 도로·주택·상하수도·농로·하천 등 주거환경과 생산기반은 어느 것 하나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았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1970년 4월22일 한해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전국 지방장관회의에서 “우리 고장에 들어가려면 자동차가 들어올 길도 없어 마을 십리 밖에서 짐을 나르자면 지게로 져야 하는데 이러한 고장이 발전하겠느냐”면서 “군이나 도와 힘을 합해 길도 닦고 다리도 놓자”고 강조했다.
이렇게 시작된 새마을운동을 통해 농촌의 생활환경은 크게 개선됐고 주민들의 소득도 향상됐다. 국가에서 받은 시멘트와 철근을 이용해 마을회관 건설이나 마을 안길 확장과 같은 공공사업을 추진했고, 지붕·부엌·화장실 개량 등 개인의 주거환경 개선도 이뤄졌다.
또한 새마을운동으로 6만4686㎞에 달하는 농로가 개설됐다. 25만8000동의 농촌주택이 개량됐고, 마을회관 3만9231동, 마을창고 2만2468동, 공동작업장 6323동이 새로 지어졌다. 하수구(1만7202㎞) 설치와 소하천(2만1562㎞) 정비도 대대적으로 이뤄졌다.
◆도농 격차-이농 급증(1980년대)= 1980년대 중반 이후에는 농촌도 도시화의 영향을 받으면서 교통·통신·교육·문화에 걸쳐 많은 변화가 나타났다. 농촌 주민들의 일상생활은 농촌도시(읍·면 소재지)를 중심으로 재편됐고, 생활에 필요한 기초 수요, 즉 교육·문화·시장 등을 마을이 아닌 농촌도시에서 충족했다.
하지만 1980년대 들어 도농 간 발전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농촌의 정주환경은 도시에 비해 열악해졌고, 좋은 일자리는 부족했다. 이 때문에 젊은이를 중심으로 이농이 급증했다.
정부는 공업화 중심의 경제개발에 의한 지역 간, 부문 간 불균형 성장에 대한 비판이 높아지자 상대적으로 낙후된 농어촌지역의 발전을 위해 ‘농어촌지역종합개발’을 추진했다. 이를 계기로 농업 중심의 농정은 ‘농업·농어업인·농어촌’을 포괄하는 광의의 농정으로 확대됐다.
◆농촌정주생활권 개발(1990년대)=1980년대 후반 농촌은 국내외적으로 더욱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생활환경은 여전히 낙후됐고, 도농 간 격차도 커졌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1990년 4월 농어촌발전특별조치법이 제정됐고, 1994년에는 농어촌정비법이 제정됐다. 이를 통해 농어촌정주생활권 개발이 추진됐다.
그 결과 마을 내 도로 1만2757㎞가 정비됐고, 상수도 185개소와 하수시설 526㎞가 설치됐다. 농촌 주택도 많이 개선됐는데, 특히 부엌 구조가 부녀자들이 일하기 쉽게 고쳐졌고, 화장실도 위생적으로 바뀌었다.
농촌주민의 주거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문화마을도 조성됐다. 이는 면 단위에 중심성 있는 마을 부지 1개소를 신규로 조성하고, 이곳에 상하수도와 전기 등 기반 시설을 설치한 후 주택과 복지·위락 시설을 짓는 것으로, 총 105개 지구에 대해 추진됐다.
◆생활여건은 개선, 고령화·공동화는 문제(2000년대 이후)=2000년 이후 농촌 지역 개발을 위한 여러 정책이 도입됐다.
그 결과 농촌 주민들의 생활여건은 개선된 것이 사실이다. 2010년 기준으로 농가주택 가운데 현대식 부엌을 갖춘 비율은 96.9%에 달한다. 수세식 화장실과 목욕시설이 있는 비율도 각각 85.6%, 96.2%다. 다만 도시에 비해서는 여전히 열악한 실정이다.
물리적인 생활여건 개선에도 불구하고 농촌은 고령화 및 마을의 과소화·공동화 등과 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
한편, 교통과 통신의 발달로 농촌 관광이 늘고 있으며, 도시민의 귀농·귀촌 확대로 농촌 주민의 구성이 다양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