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북 고창의 참깨 농가 이귀남씨(왼쪽)와 정기열 국립식량과학원 연구사가 참깨 생육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청보리밭 축제로 이름난 전북 고창 공음면에서 참깨 농사를 짓는 이귀남씨(58)는 요즘 농사짓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한여름 구슬땀을 쏟으며 농사에 공을 들여도 병해충 피해는 날로 심해지고 수량은 매양 제자리걸음해 한숨만 나오게 했던 참깨가 최근 몇년 새 ‘돈 되는’ 효자작물로 탈바꿈했기 때문이다.
30년간 참깨 농사를 지어 온 이씨는 “전에는 잘해야 10a(300평)당 55~60㎏ 정도 수확했는데 최근 2년간은 80㎏을 넘었다”며 “수량이 25~30% 증가한 만큼 소득도 많아져 신바람이 난다”고 말했다.
이씨가 참깨 농사에 새롭게 눈을 뜨고 재미를 붙이게 된 것은 국립식량과학원의 현장지도를 받으면서부터다. “참깨는 주작목의 소득을 보완하거나 자가 소비를 목적으로 소규모 재배하는게 일반적이라 수량이 적게 나와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게 보통인데 농촌진흥청의 표준재배법 적용 후 생육상태나 수량이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 깜짝 놀랐습니다.”
무엇보다 재식거리 조정에 따른 생육 변화가 두드러졌다. 많은 농가들이 일정한 기준 없이 관행에 의존해 파종하다 보니 지나치게 배게 심는 경향이 있는데 이를 개선한 것이다.
그는 “심한 경우 양파밭처럼 이랑을 넓게 만들고 7~8줄까지 심어 속이 안 보일 정도로 빽빽하게 밀식재배하는 농가도 있는데 표준재배법에 맞춰 이랑을 만들고 재식거리를 적절하게 조정하니 생육상태가 몰라보게 좋아졌다”고 말했다. 특히 적정 재식밀도에 맞춰 재배하면서 병해충 발생이 감소하고 도복피해도 현저히 줄었다.
“밀식하면 장마철 습할 때 역병 등이 급속히 확산되고 약제 처리를 해도 잘 듣지 않습니다. 병해충 피해를 줄이고 수량을 늘리려면 반드시 적정 재식밀도를 지켜야 합니다.” 이씨는 우량품종 선택과 종자소독도 병해충 피해를 막는 데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농진청이 육성한 내병성 품종을 선택하고 종자소독을 철저히 하면 역병과 잘록병 방제에 큰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이씨는 표준재배법에 따른 참깨 수량변화와 소득증대 효과를 경험한 후 인근 농가들에게 신기술과 신품종 도입의 중요성을 적극 전파하는 한편 새로운 재배방식에도 도전하고 있다. 이씨는 올해 일반적인 직파 대신 모종을 길러 본밭에 옮겨심는 이식재배의 효과를 검증 중이다. “7월 초순을 기준으로 생육상태를 비교해 보면 이식재배한 참깨의 키가 직파한 것보다 조금 작지만 대의 굵기나 충실도 등을 보면 세력은 훨씬 강한 것 같습니다. 현재의 세력이 후기까지 유지돼 수량증대 효과가 입증되면 내년부터는 이식재배를 확대할 생각입니다.”
가공판매도 병행하고 있는 이씨는 “참깨가 값싼 외국산 때문에 고전하지만 맛과 향 등 품질면에서는 국산을 따라오지 못한다”면서 “우수한 품질에 수량성까지 뒷받침되면 고소득작물로 다시 부활할 것”이라고 자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