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국인근로자 쿼터 확대=상시적인 농업인력을 필요로 하는 시설농가들은 “외국인근로자가 없으면 농사를 포기해야 할 지경”이란 말을 입에 달고 산다. 국내에서는 숙련된 농업인력을 조달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시설농가들이 외국인근로자 배정 신청기간에 고용노동부 고용센터에서 며칠 전부터 긴 줄을 서는 이유이기도 하다. 시설농가에게 외국인근로자 확보는 그만큼 절실한 문제다.
이는 농업노동에서 외국인근로자의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외국인근로자의 농업노동 비중은 농업 노동투입량의 5.4%, 농업 고용노동량의 36.7%를 차지한다. 농가들이 고용하는 농업노동자 3명 중 1명이 외국인인 셈이다. 농축산분야 외국인근로자는 불법체류자를 포함해 3만명 내외로 추정되는데, 이들 외국인근로자가 없으면 사실상 농사가 힘든 구조인 것이다.
농축산업 부문에서 외국인 고용이 합법화된 것은 2003년이지만, 2008년부터 외국인근로자의 농축산업 진출이 급속히 늘었다. 외국인 고용허가제를 통한 농축산업 외국인 쿼터는 2008년 5000명, 2009년 2000명, 2010년 3100명, 2011~2012년 각각 4500명, 2013~2015년 각각 6000명이다. 2013년 이후에도 농촌 현장에서는 외국인근로자 쿼터를 늘려달라는 요구가 잇따랐지만 정부는 2014년에 이어 올해까지 외국인근로자 쿼터를 동결하고 있다.
김정섭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외국인근로자의 농업노동은 국내 농업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수준에 도달했다고 봐야 한다”면서 “이런 사정을 감안해 농축산분야 외국인근로자의 도입 쿼터를 대폭 늘리는 정책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농민단체들도 “외국인근로자 쿼터 확대는 농촌 인력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사항이라 한·중 FTA 대책에 포함돼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와 함께 농업분야에 한해 외국인근로자의 사업장 변경을 원칙적으로 허용하는 ‘근무처 추가제도’의 실효성도 높여야 한다는 게 농업계의 요구다. 근무처 추가제도는 외국인노동자가 원사업장 고용주와의 근로계약을 유지하면서 일정 기간 동안 다른 사업장의 고용주와 계약을 체결해 근무한 뒤 원래 사업장으로 복귀하도록 허용하는 제도다.
농업부문 외국인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장 간 일종의 파견제도이나, 실제로는 복잡한 행정절차로 인해 잘 활용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근무처 추가제도가 유명무실한 제도로 전락하지 않도록 행정절차를 간소화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등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농업인력지원센터 설립=농번기에 인력수요가 집중되는 것이 농업인력 시장의 특징이다. 한꺼번에 수요가 집중되는데, 공급이 달리는 현상이 매년 반복된다. 민간 인력공급업체나 공공기관의 인력중개센터를 통해 인력을 조달받지만, 공급부족을 해소하기엔 역부족이다. 농협의 ‘인력중개센터’와 일부 지자체의 ‘취업정보센터’가 제 역할을 하는 정도다.
따라서 정부가 농촌인력난 해소를 위해 농업인력지원센터를 설립·운영해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지고 있다. 국회에는 이미 ‘농어업인력지원법안’, ‘농어업인력 지원에 관한 법률안’ 등 2건의 관련법이 제출된 상태다.
이들 법안은 농어업인력지원센터 설립과 함께 5년마다 농어업인력지원 종합계획 수립, 농어업양성기관 인증, 외국인근로자 활용 근거 마련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들 법안에 대해 농식품부는 수정 찬성하는 입장이지만, 예산을 담당하는 기획재정부 등이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때문에 2013년 제출된 이들 법안이 여전히 상임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농업인력지원센터 설립과 동시에, 전국단위의 농업노동 수요 정보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농업노동 수요를 정확히 파악한 뒤, 농업인력지원센터를 통해 수요와 공급을 연계시키는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농업전문인력 육성=농업을 미래성장산업화하기 위해서는 전문인력 육성이 시급한 현안이다. 우수한 후계인력 없이는 농업을 미래산업으로 키우기가 사실상 힘들기 때문이다.
문제는 체계적인 직업교육 시스템이 없다 보니 농업전문인력 육성이 부실하다는 점이다. 농고·농대 졸업생의 1%와 7.6%만이 영농에 종사하고, 농고·농대 졸업생의 40% 정도만이 농업계에 종사하는 게 현실이다.
이에 따라 농고·농대에 대한 직업교육체계를 혁신함으로써, 농고·농대생을 미래농업을 짊어질 핵심 후계인력으로 육성해야 한다는 게 농업계의 요구다. 농고·농대 개편방안으로는 농업전문직업학교 도입, 농대에 영농창업 특별과정 운영, 한국농수산대 기능 확대 등이 거론된다. 농업전문직업학교, 한농대, 농대 영농창업과정 졸업생에게 병역특례를 주는 방안도 검토해야 할 대상이다.
임정빈 서울대 교수는 “농고·농대를 지역별로 특성화해 전문화하는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농업인 전문교육도 강화돼야 할 사항이다. 농업인에게 맞춤형 전문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품목 주산지에 ‘품목대학’을 설립·운영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