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예방백신을 맞은 소가 폐사한 경우 지방자치단체가 보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백신접종 후 폐사 소 보상해줘야=최근 창원지방법원은 경남 남해의 한우농가가 남해군수를 상대로 제기한 보상금등지급신청기각결정취소 소송에 대해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 이 농가는 2012년 2월 남해군 소속 수의사에게 의뢰해 한우 7마리에 구제역 백신을 접종했는데,이 가운데 1마리가 이틀 후 쇼크사했다. 이에 따라 농가는 군에 보상금을 청구했지만 군은 농림축산식품부의 지침을 들어 보상금 지급을 거부했다. 상시백신 체제로 전환됨에 따라 2011년 6월1일부터 보상금 지급이 폐지됐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강씨는 법원에 관련 소송을 제기한 것.
◆상위 법령에 위배=농식품부의 지침은 2011년 5월 농식품부 장관이 구제역 및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피해농가에 살처분 보상금이 원활히 지급되도록 해달라는 취지에서 전국 광역단체장들에게 보낸 것이다. 하지만 법원은 농식품부 장관이 ‘보상금 지급대상의 범위’를 제한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지침보다 상위법인 가축전염병예방법에서 보상금 지급대상을 ‘검사·주사·약물목욕 등으로 죽거나 부상당한 가축의 소유자’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재판부는 “(농식품부의) 지침은 상위 법령에 위배돼 무효”라고 판시했다. 이와 관련 박태우 남해군 농축산과 가축위생팀장은 “군은 항소심에서도 승소할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 법원의 판결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환영하는 축산업계=축산업계는 이 판결이 선례로 작용해 농가들이 제대로 보상받을 길이 열렸다고 환영하고 있다. 대한한돈협회 관계자는 “돼지는 백신 접종부위에 화농 현상이 생겨 전체 양돈농가 피해액이 연간 13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이에 대한 대책은 없었다”며 “이런 상황에서 이번 판결이 나와 농가들이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영원 전국한우협회 국장도 “백신접종 후 임신한 소가 유·사산하는 경우가 많았어도 보상이 이뤄지지 않아 농가들이 속앓이를 해왔는데 이번 판결로 합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 것 같아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는 구제역 백신 접종으로 소·돼지에 이상이 생긴 농가들의 보상요구 소송이 잇따를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