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남 산청의 유기축산물 인증농가인 홍대수씨가 직접 생산한 볏짚을 소에게 먹이고 있다.
경남 산청에서 한우 60여마리를 사육하는 홍대수씨(43·오부면)는 유기축산에 거는 기대가 남다르다. 2005년 부친의 뒤를 이어 한우사육에 뛰어들면서 서둘러 유기축산물 인증을 받은 것도 앞으로 유기한우 소비시장이 확대될 것이라는 믿음에서다.
홍씨는 “국내 한우농가의 사육기술은 일정 수준에 도달했기 때문에 품질로만 경쟁하기엔 부족하다고 생각했다”며 “일반 한우고기와 차별화를 위해 선택한 것이 바로 유기한우”라고 설명했다.
100% 유기사료만 급여해야 하는데다 경영기록을 꼼꼼히 기록해야 하는 등 유기축산물 인증을 받기 위해선 까다로운 기준이 많았다. 특히 축사의 경우 한마리당 7.1㎡(약 2.14평)라는 사육밀도를 준수하다보니 전체 사육마릿수를 늘릴 수 없다는 점이 큰 걸림돌이었다. 판로확보를 위해 유기농 식품업체와 계약을 맺고 싶어도 주문량을 맞출 수 없었던 것이다. 이 때문에 계약이 무산된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이러한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그는 산청군지역 유기한우 인증농가 20여명과 함께 ‘산청유기협회’를 설립했다. 개인이 아닌 협회가 납품업체와 계약을 맺고 주문량에 따라 소속 농가들이 함께 소를 출하하기 위한 자구책을 마련한 셈이다. 그러자 일정한 물량을 꾸준하게 공급할 수 있게 돼 농가에 대한 업체의 신뢰도가 높아지고 이는 다른 업체와의 계약으로 이어지는 결과를 불렀다. 현재 그는 생산한 한우고기를 협회를 통해 대형 백화점과 친환경 유기농매장 등에 납품하고 있다.
판로확보 이후엔 사육에 매진할 수 있는 여력이 생겼다. 홍씨는 “유기한우 전용 완전배합사료(TMR) 외에 소에게 특별식을 먹이고 싶어도 항생제나 유전자변형식물(GMO)이 첨가됐을까 봐 함부로 먹일 수 없었다”며 “가장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직접 생산한 유기농 생산물인 볏짚과 산약초를 먹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소가 먹는 물도 사람의 음용수 검사를 통과한 지하수만 먹이고 있다.
이렇게 자라난 그의 소는 품질이 균일하기로 유명하다. 한해 평균 육질 1등급 이상 출현율은 90%로, 거의 해마다 같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4월부터 6월까지 총 38마리의 한우를 출하했는데, 지육 1㎏당 평균 2만3180원(육질등급 1+ 기준)을 받았다. 7월31일 현재 같은 등급의 경락값은 1만9039원이다.
홍씨는 “현재 한우 값 급등으로 일반한우와 유기한우가 가격면에서 큰 차이가 나지 않지만 최근까진 유기한우 농가와 관행사육 농가의 수취값은 1마리당 400만원 이상 차이가 났다”며 “6~7개월령 송아지를 24개월 동안 비육할 경우 사료 값만 950만원 정도가 들어가는데, 시장에서 유기한우 값은 일반한우보다 높게 형성돼 있어 이를 보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유기한우의 소비시장 확대에 주력할 계획이라는 홍씨. 그는 “소비자들에게 유기한우의 가치를 알리기 위해선 친환경 축산을 시각화해야 한다”며 “유기한우가 어떤 환경에서 사육되는지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일반인들에게 열려 있는 농장을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