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에 앞서 정부는 지난 6월 고랭지배추 수급전망에서 8월 초·중순에 물량이 부족할 것으로 보고 강원 안반데기 일대에 조기 정식작업을 벌였다. 이에 따라 정부의 수급 예측을 놓고 향후 논란이 일 전망이다.
서울 가락시장과 산지 관계자들에 따르면 배추는 강원 강릉·태백·정선·평창 등 해발 600~800m대 고랭지를 중심으로 활발하게 출하되고 있다. 지대가 1000m에 달해 ‘완전고랭지’로 불리는 태백 매봉산과 강릉 안반데기 물량은 이달 중·하순께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산지와 시장 관계자들은 작황이 평년 수준을 웃돌 것으로 보고 있다. 이광형 한국농업유통법인중앙연합회 사무총장은 “가뭄이 극심했던 올 5월 말~6월 이들 지역에서 아주심기가 진행됐는데, 높은 가격에 대한 기대감 속에 물 대고 유기질 비료를 주는 등 집중관리가 이뤄졌다”며 “이후 생육단계에서 비가 알맞게 내리면서 크기가 52망(배추를 담는 그물망의 가로 길이가 52㎝)이 주종이 될 정도로 커지고, 수확량도 3.3㎡(1평)당 3망 이상으로 평년 수준(2.5망 내외)을 웃돌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도 3일 발표한 관측월보를 통해 “7월 상·중순 두번의 태풍에 따른 적절한 강우로 생육 회복에 도움이 되면서 고랭지배추 추정단수는 6월 하순 조사치보다 올랐고 지난해 이맘때보다도 11%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며 “재배면적(4977㏊)이 지난해 대비 3% 감소했지만 생산량은 7% 증가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농경연은 “이에 따라 이달 고랭지배추의 공급과잉이 예상되는 만큼 수급안정을 위해 정부와 생산자단체·유통인이 협력해 시장격리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흐름 속에 도매시장 시세는 지난달부터 내리막을 걸었다. 서울 가락시장에서 배추는 상품 10㎏들이 한망당 6월 하순 7300원 선에서 7280원(7월 상순)→6010원(7월 중순)→4900원(7월 하순)으로 떨어졌다. 8월3~5일 평균 가격은 5200원으로 소폭 올랐는데 가락시장 휴장으로 재고가 소진된 데 따른 것일 뿐 반등 조짐은 아니라는 게 시장 관계자들의 얘기다. 최근 시세는 지난해 이맘때보다 2000원, 직전 5개년(2010~2014) 평균 가격보다는 1800원 정도 낮은 수준이다.
오현석 대아청과㈜ 경매사는 “가뭄 영향으로 뒤늦게 아주심기한 물량이 상당한데, 곧 나올 완전고랭지 배추와 추석 김장수요를 겨냥한 ‘추석갈이’의 작황도 매우 우수한 것으로 파악된다”며 “반면 매기는 각급 학교 방학과 휴가 등으로 부진한데다 김치·절임공장 등에선 올 봄 비축한 물량이 적지 않아 수요는 상당부분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오이·호박 같이 소비 분산관계에 있는 채소 품목의 가격도 하락하는 등 배추 시세를 반등시킬 긍정적인 요인을 찾기 어렵다”며 “수급과 관련해 적절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는다면 지난해처럼 ‘풍년의 역설’이 반복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