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복 70년 동안 한우는 개량을 통해 일소에서 고깃소로 변했다. 정부는 앞으로도 한우의 몸집을 더 키우고 품질을 고급화하는 방향으로 개량을 지속하기로 했다.
사진제공=농협한우개량사업소
일제 강점기 시절 조선총독부는 우리나라에서 사육 중인 소를 수탈할 목적으로 ‘조선우’(당시엔 한우라는 명칭이 없었음)로 칭하고, 사육마릿수·평균체중 등을 조사했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현재 전해지는 구체적인 기록은 없다.
윤영탁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 사무국장은 “일제가 붙인 이름인 ‘조선우’가 해방 이후 ‘한우’로 불리며 오늘날까지 이르게 된 것으로 보인다”며 “해방 후에도 ‘한우’는 일소에 지나지 않아 몸집과 체형 등 크기 변화가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광복 당시 다 자란 한우 큰 수소의 몸무게가 220㎏ 정도에 불과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을 뿐이다. 당시엔 소먹이가 풍부하지 않았고, 역용으로 이용돼 현재 비육기에 막 접어든 수소(12개월령) 평균몸무게(370㎏)의 60% 정도에 불과했을 것으로 보는 것이다.
박철진 농협중앙회 한우사업팀장(농학박사)도 “일소에서 고깃소로 바꾸기 위한 본격적인 개량사업이 시작되기 전까지는 한우가 재래종 그대로의 모습을 유지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 차원에서 한우를 고깃소로 만들기 위한 논의가 시작된 것은 6·25 전쟁 직후인 1954년 가축보호법이 제정되면서부터다. 이 법에는 한우 등록, 도축 제한 등이 규정돼 있으나 체계적인 개량 방향을 설정하지는 못했다. 이어 1960년엔 제1차 한우개량협의회가 열렸고, 1969년엔 제1회 한우 챔피언대회가 개최되는 등 정부 차원에서 한우 개량작업을 활발히 진행했다. 하지만 이때까지도 전국에 사육 중인 한우의 골격·체형·몸집 등 구체적인 자료를 확보하지는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우의 몸집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변했는지는 농협이 3년마다 전국 가축시장에 출하한 한우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한우개량추세 조사 결과를 보면 명확히 알 수 있다.
이 조사가 처음 이뤄진 1974년 한우(비거세 기준) 18개월령의 평균체중은 289.6㎏이었다. 이어 1980년엔 331.4㎏, 1989년엔 419.2㎏, 1998년엔 505㎏, 2007년엔 566.6㎏, 2010년엔 552.8㎏으로 조사됐다. 최근에 진행된 조사(2013년)에서는 18개월령 한우 수소의 체중을 측정하지 않았다. 이는 한우 고급육 정책에 의해 대부분의 수소가 거세 비육된 나머지 거세우(18개월령 481.4㎏)만 측정한 데 따른 결과다.
한우 18개월령 암소의 체중도 1974년 245.9㎏에서 1986년엔 272.2㎏, 1998년엔 315.3㎏, 2013년엔 341.2㎏으로 크게 불어났다.
일제 치하에서 해방을 맞은 1945년 당시 한우 큰소의 몸무게가 220㎏ 정도 나갔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추정치를 감안하면 18개월령 수소의 체중은 이보다 약간 덜 나간 200㎏(큰소의 약 90%)가량에 머물렀을 것으로 보인다. 결론적으로 한우는 광복 이후 70년동안 개량을 거듭하면서 몸집이 2.7배 이상 커진 고깃소로 변한 셈이다.
하지만 한우는 본래 고깃소 품종이 아닌데다 개량 역사가 짧아 서양의 육용 소에 비하면 발육속도가 더디고 몸집이 작은 게 현실이다.
생후 1년 된 한우(수소 기준) 체중을 100으로 잡았을 때 미국·호주 등에서 사육하는 육용우 <앵거스> <헤어포드> <샤로레>는 102~141인 것으로 전해졌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오는 2020년까지 한우 18개월령 비거세우의 체중을 594㎏까지 끌어올리는 것을 국가의 개량목표로 정했다. 박병호 국립축산과학원 가축개량평가과 연구관은 “개량을 통해 한우 몸집을 이보다 더 크게 만들 수도 있지만 경제성을 따져보면 고급육 쪽에 개량 방향을 맞추는 것이 유리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