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씨는 농사를 지으면서 가지치기만큼은 남의 손을 빌리지 않는다. 농사의 기본이 가지치기에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가지치기에도 나름의 비법이 있어 그는 가지를 위아래로 나눠 위쪽에는 잔가지를 2~3개 정도 남기고, 아래쪽은 하나만 남긴다. 어차피 아래쪽 가지는 제대로 크지 않고 맛도 덜해 과감하게 자르는 게 다른 가지 생장에 도움이 된다는 것.
그는 과원에 제초제도 일체 사용하지 않고 초성재배로 잡초와의 공존을 꾀한다. 그의 말에 따르면 잡초는 응애 서식지이면서 수분을 보충해 주는 중요한 작물이다. 응애는 풀이 없으면 나무로 올라가는 습성이 있다. 따라서 그는 과원을 적당히 나눠 한쪽에 풀을 베면 다른 쪽은 그대로 놔두는 방식으로 응애가 살 집을 남기는 방법으로 응애 피해를 줄인다.
“잡초는 나무 관리하는 데도 도움이 돼요. 밭 상태를 알 수 있는 바로미터죠. 풀잎이 검푸르면 거름이 풍족하다는 걸 말해요. 반면 비리비리하면 거름을 줘야 하죠. 또 풀에 얼룩이 있으면 응애가 있는 거고요. 수분이나 거름관리도 잡초를 보면 알 수 있어요.”
이씨는 시간이 날 때마다 땅심을 높이는 데도 힘을 쏟는다.
수확이 끝난 직후인 10월 초면 그는 퇴비를 준비해 시비에 나서는데, 이때 수세를 봐가며 유박을 뿌린 뒤 풀을 깎아 그 위를 덮는다. 여기에 다시 퇴비를 뿌리면 나뭇잎이 떨어져 그 위를 덮는데, 이 상태로 일주일 정도 지나면 발효가 완성된다.
“이렇게 발효시킨 상태로 겨울을 나요. 다른 시비는 하지 않죠. 사람들은 대개 겨울을 넘긴 2월이 되면 농사를 시작한다고 하는데, 저에겐 거름을 주는 늦가을이 농사를 시작하는 때입니다. 이듬해 농사는 바로 전 해 수확 후 땅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달렸거든요.”
이씨가 몇 해 전 언피해를 피해갈 수 있었던 비결도 여기에 있다.
2010년 겨울 갑자기 들이닥친 추위로 많은 농가가 언피해를 입었지만 그는 자신만의 노하우로 피해를 비켜갈 수 있었다. 그 비결로 그는 물관리를 꼽았다. 비가 많이 오면 지하수를 계속 퍼내 수위를 최대한 낮춰줘야 한다는 것. 물이 고이면 뿌리가 썩어 양분을 만들어내지 못해 수세가 약해지기 마련이라는 것. 그 상태로 겨울을 맞으면 언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그는 겨울을 잘 나기 위해서는 여름철부터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 계절을 미리 내다보며 준비하는 것이 영농비결인 셈이다.
그는 이런 노력으로 1만6500㎡(약 5000평)의 밭에서 한해 30여t의 복숭아를 생산, 2억여원이 넘는 매출을 올린다. 이런 그에게는 늘 많은 이가 찾아와 영농비결을 묻지만, 그는 “모든 비결은 나무 하나하나의 특성을 파악하는 데 있다”고 말한다. 그가 부지런함을 가장 큰 덕목으로 꼽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