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원 삼척시 하장면 어리에서 4만9587㎡(1만5000평)에 고랭지배추를 재배하는 권광섭(68)씨는 “배추밭 전체가 쑥대밭이 돼 1억원어치에 달하는 피해를 입었다”면서 “올해 농사는 완전히 망쳤는데 빚은 갚아야 하고 그저 죽고 싶은 심정”이라고 하소연 했다.
강원 삼척시 하장면 어리·둔전리 등 6개 마을 50농가의 고랭지배추·브로콜리밭에 13일 오후 4~5시경 어른 엄지손가락 만한 우박이 쏟아져 출하를 앞두고 있던 농산물이 큰 피해를 입었다. 농가들은 이들 농작물을 극심한 가뭄과 싸우며 애지중지 키운 터라 마음이 더욱 쓰리다.
삼척시는 19일 현재 이번 우박으로 배추 128㏊와 브로콜리 8㏊ 등 모두 136㏊의 고랭지밭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잠정집계했다.
농가들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하는 것은 배추와 브로콜리 등은 위험성이 따르는 농산물로 취급돼 농작물재해보험 대상작물이 아니기 때문에 피해를 농가들이 모두 떠안아야 한다는 현실이다.
하장면 둔전리와 어리에서 브로콜리 1만6529여㎡(5000평)와 고랭지배추 3만6364㎡(1만1000평)를 재배하는 이진용(47)씨는 “이미 브로콜리를 수확한 3306㎡(1000평)를 제외한 1만3223㎡(4000평)는 완전히 망가졌고, 배추는 2만3140㎡(7000평) 정도 피해를 입었다”면서 “천재지변으로 이 같은 피해를 입었는데 보험가입 대상도 아니라 어디 하소연할 데도 없어 더욱 막막할 따름”이라고 허탈해 했다.
18일 하장면사무소에서 열린 우박피해 긴급대책 간담회에서도 농가들의 하소연이 쏟아졌다.
피해농가 대표로 참석한 하장면 마을 이장단은 우박 피해지역에 대해 1㏊당 평균 생산비인 1500만원의 자금을 지원해줄 것과 배추·브로콜리 등 고랭지채소를 재해보험 가입 품목으로 지정해줄 것을 요청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이이재 새누리당 의원(강원 동해·삼척)은 “1㏊당 110만원, 생계비 지원 100만원 등 농업재해대책법에 따른 지원금이 농업인 처지에선 턱없이 부족한데다 배추는 농작물재해보험 가입대상에서 제외돼 있다”면서 “농작물재해보험 가입대상에 배추를 꼭 포함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규정 삼척농협 조합장은 “가뭄을 이겨내며 배추와 브로콜리를 키운 하장지역 농가들이 이번 우박으로 많은 피해를 입었다”면서 “차제에 고랭지배추 수급안정 시범사업인 생산안정제에 참여한 약정재배농가들이 천재지변으로 재해를 입었을 때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약관에 명시하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배상두 농림축산식품부 재해보험정책과장은 “강원도 및 삼척시 등 지자체와 협의해 현실적으로 지원 가능한 방법을 찾아보겠다”면서 “배추·브로콜리 등을 재해보험 가입 품목으로 지정하는 부분도 협의를 통해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