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다다기’ 오이(위)와 ‘취청’ 오이.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가 지난해 10월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오이 중에서 <백다다기> 품종이 소비자들에게 가장 인기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 다음으로 ‘가시오이’와 <취청> 순이었다.
이러한 ‘인기 순위’는 지역별로 선호 품종이 크게 갈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인구가 밀집된 서울·경기 등 수도권과 강원·충청지역 소비자들 중 85%는 <백다다기>를 주로 소비한다고 응답했다.
이에 비해 부산·포항 등 영남지역에서는 ‘가시오이’, 호남에서는 <취청>의 소비 비중이 각각 65%와 81%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영주 농협가락공판장 경매부장은 “기후 특성에 따라 예전부터 지역별로 특정 품종을 재배했는데 소비자들의 입맛도 이에 따라갔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품종 선호도는 계절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여름철에는 <취청>과 ‘가시오이’가 인기를 끈다. 상대적으로 육질이 단단한데다 유통과정에서 품위가 쉽게 하락하지 않아서다.
박 경매부장은 “상온에 2~3일 두면 색이 바래는 <백다다기>와 달리, 이들 두 품종은 상온에서 6~7일 정도 견딘다”면서 “재고 관리에 부담을 느끼는 중도매인뿐만 아니라 식당 등 요식업소와 식재료 공급업체에서도 많이 찾는다”고 얘기했다. 그는 “이러한 수요 증가엔 <취청>이 여름철 별미인 냉면·냉국 등에 많이 활용되는 요인도 있다”며 “식감과 향이 좋아 날로 먹어도 거부감이 덜하기 때문에 등산객들이 수분 섭취용으로 구매할 때도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재배시 품종선택은 농경연의 재배의향 조사 결과와 산지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여름철은 과채류 반입량이 급증하는 시기인데, 공급량이 많으면 소비지 선호가 높더라도 가격 약세를 피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최선만 서울청과㈜ 경매사는 “2~3년 사이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 등에서 지방 도매시장으로 출하하면서 가락시장 내 ‘가시오이’와 <취청> 수요가 줄고 있다”며 “수도권보다 지방 도매시장으로 출하하는 편이 수취가격 면에서 유리한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