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계탕용으로 판매되는 백세미(삼계)가 육계로 둔갑판매돼 육계 공급과잉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육계농장 모습.
가금 관련 생산자단체에 따르면 현재 육계 공급량이 많아 닭고기가 넘쳐나는 상황에서 백세미까지 더해져 상황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 문제는 생산·유통관리가 철저하게 이뤄지는 육계와 달리 백세미는 관리가 제대로 안돼 얼마만큼의 물량이 육계로 둔갑판매되는지 현황조차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대한양계협회 관계자는 “백세미는 삼계탕용으로 판매하기 위해 채란농가가 매년 3~6월까지 단기간에 생산량을 바짝 늘리기 때문에 수급현황을 알기 힘들다”며 “대신 백세미를 거래하는 유통업체의 의견과 농림축산검역본부의 월별 도축실적 등을 통해 육계시장에 흘러들어오는 백세미의 양을 추정하는데, 올해엔 복경기가 끝난 현재까지도 도축마릿수가 많아 잉여분이 육계로 둔갑판매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실제 검역본부의 도축실적을 살펴보면 올 1~7월까지 백세미 도축마릿수는 9829만1745마리로 지난해 같은 기간(8858만8781마리)보다 약 10% 증가했다. 특히 복경기가 마무리된 시점인 7월 한달간 도축마릿수는 3148만3390마리로 지난해 같은 달(2895만1566만마리) 보단 약 8%, 삼계탕용 수요량이 최고조에 이르는 6월(1761만5760마리)보단 무려 44%나 증가했다.
이와 함께 백세미를 생산하는 산란계 암컷은 종계가 아닌 실용계여서 질병관리에 미흡한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종계 생산농가의 경우 축산법과 가축전염병예방법에 따라 종축업 또는 부화업으로 분류돼 정부의 철저한 방역관리를 받고 있다.
반면 백세미를 생산하는 산란계 농장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질병관리가 미흡한 실정이다. 이 때문에 가금 관련 생산자단체들은 방역이 취약한 농장에서 부화한 백세미가 질병을 옮기는 매개체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따라서 관계자들은 백세미를 제대로 관리하기 위한 제도를 만들어 육계시장 유입을 차단하는 동시에 질병관리도 종계 수준에서 철저하게 실시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최근 한국계육협회에서 열린 2015년도 제1차 닭고기 수급조절협의회에서도 가금 관련 생산자단체들은 백세미 유통과정을 투명하게 운영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줄 것과 삼계탕 세계화를 위한 삼계용 종계 육종연구에 나서줄 것을 정부에 강력히 건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김영민 농림축산식품부 축산경영과 사무관은 “백세미 관리에 대한 생산자단체들의 요구가 있는 만큼 해결책 모색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문희 기자 mooni@nongmin.com
●백세미=달걀을 생산하는 산란계 농장에서 산란 실용계 암컷에 육용 종계 수컷의 정액을 수정시켜 낳은 알을 부화시킨 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