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용업 절골농원 대표(왼쪽부터)와 부인 곽정숙씨, 장모 이봉순 어르신이 농원 장독대에서 유기농 장이 담긴 항아리를 둘러보고 있다.
직접 재배한 유기농 재료로 장류 제품을 생산하는 박용업 절골농원 대표(56·경기 양평군 개군면 내리). 그의 이름은 전통 장에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는 낯설지 않을 것이다. 그만큼 장류 전문가로 전국에서 알려진 인물이다.
박씨는 1989년부터 유기농업에 관심을 갖고 조금씩 실천해오다 2000년부터는 오이·가지·감자·꽈리고추 등을 본격적으로 재배했다. 하지만 판로가 많지 않았고 수확량을 예측할 수 없어 수요에 따른 공급을 맞추기도 어려웠다. 그때 생각한 것이 장류 사업이었다.
“결혼 후 처가에 가면 장모님께서 막장 찌개를 끓여주시는데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었어요. 장모님은 강원 횡성에서 살면서 배운 강원도 전통 막장을 담그셨는데 20년을 먹어도 항상 맛있었습니다.”
박씨의 계획에 장모인 이봉순 어르신(88)도 흔쾌히 도와주겠다고 나섰다. 2006년 백태를 재배해 유기농산물 인증을 받은 박씨는 장모의 지휘 아래 부인 곽정숙씨(55)와 함께 이듬해 장을 담가 2008년 10월 첫 장류 제품을 출시했다.
절골농원에서는 막장뿐 아니라 된장·고추장·간장·청국장도 생산한다. 장류 생산에 들어가는 모든 재료는 박씨 부부가 가족과 함께 직접 재배한 유기농산물이다. 뿐만 아니라 가마솥에 장작불로 콩을 삶아 메주를 만드는 등 전통 방식 그대로 장을 담근다.
고추장에 사용하는 조청도 유기농 겉보리를 싹을 틔워 분쇄해 찹쌀과 함께 직접 달여 만든다. 이렇게 생산하는 장류 제품은 2009년 한국식품연구원으로부터 전국에서 처음으로 유기가공식품 장류부문 인증을 받아 관심을 끌기도 했다.
부인 곽씨는 “환경에 따라 숙성도가 달라 일정한 맛을 내기까지 시행착오도 겪었다”고 말했다. 항아리조차 품질에 따라 숙성이 다르므로 제대로 만들어진 것으로 교체하는 데도 몇년이 걸렸다.
전통 방식의 유기농 장류를 생산한다고 알려지면서 방송에도 수없이 소개되고 많은 사람이 농장을 찾았다. 장을 먹어본 이들이 고정고객이 되기도 하고 이들의 입소문이 큰 몫을 하면서 이제 1년에 5억여원의 매출을 올린다. 인터넷과 전화로도 주문을 받지만, 농원으로 직접 와서 사는 고객이 반 이상이다. 올해 판매할 막장은 이미 얼마 남지 않아 농원을 방문하는 고객에게만 소량으로 판매할 정도다.
3월부터는 곽씨가 중심이 돼 농원에서 생산하는 각각의 유기농 장류로 유기농산물 장아찌를 만들고 있다.
고객의 입맛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어 항상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는 박씨는 “고객들이 장류 제품과 장아찌를 사기 위해 농장으로 찾아오는 수고를 기꺼이 할 만한 최고의 건강식품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