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순애씨가 다 닳은 그의 농기구와 10년을 신었다는 검은 고무신을 보여주면서 과거를 회상하고 있다.
경남 창원시 소답동 산비탈에서 농사를 짓는 김순애씨(64)를 찾았을 때 그는 별일도 아닌 걸 가지고 여기까지 찾아왔느냐는 투였다.
동창원농협(조합장 황성보) 조합원이기도 한 김씨는 최근 모교에 장학금으로 1000만원을 기탁했다.
1000만원이라는 돈은 보는 이의 시각에 따라 액수가 달라 보이겠지만 김씨가 매달 8만원씩 꼬박 10년을 저축해 만든 거금이다.
12년 전에 이곳으로 귀농한 김씨는 산비탈에서 온갖 농사를 혼자서 짓는다. 그래서 농장별명이 ‘만물농장’이다.
그런 그가 무·배추·상추·파·복숭아·매실 등의 농사를 지어 꼬박 10년을 모은 돈을 모교인 창원 안남초등학교에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써달라며 전달한 것이다.
이에 앞서 안남초등학교 총동창회에도 1000만원을 장학금으로 내놓기도 했다.
김씨의 농장과 농막, 자랑스럽게 걸린 호미와 농기구는 순탄치만은 않았을 그의 인생 역정을 말해준다.
경운기·관리기도 없이 오로지 호미와 삽으로만 400여평의 땅을 일군다. 호미와 삽은 얼마나 닳았는지 앞이 마치 해안선처럼 둥그렇게 닳아 긁기는 긁어도 파기는 어려울 것 같아 보였다.
비닐하우스 농막의 오래된 텔레비전과 라디오도 억척스러운 그의 삶을 대변해주고 있다.
김씨는 넉넉지 않은 살림에도 불구하고 평소 남다른 봉사정신으로 공공근로 등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헌신적으로 노력해 행정자치부 장관과 창원시장 등으로부터 표창장을 받기도 했다.
아름다운 환경가꾸기에도 앞장서 창원에서는 ‘꽃씨 아지매’로도 유명하다.
김씨는 “땅을 일구어 나온 수익금의 일부를 조금씩 모아 모교인 안남초등학교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힘이 되고자 적은 돈이나마 전달하게 됐다”면서 “농사도 짓고 재산도 정리해 앞으로 더 늙기 전에 1억원을 세상에 기부해 아너소사이어티 회원(고액 사회공헌 기부자모임)이 되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