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농진흥회가 꺼내든 원유생산 추가 감축안을 놓고 생산자단체와 유업계의 입장이 극명히 갈리고 있는 가운데, 납득할 만한 수급안정 대책을 제시하지 못하는 낙진회와 정부에 대한 농가들의 불만이 점점 커지고 있다.
한국낙농육우협회(회장 손정렬)는 낙진회가 최근 내놓은 생산 감축 위주의 원유수급 안정 방안에 대해 “대안 없는 일방적 농가생산 감축은 절대 수용할 수 없다”며 정면으로 반박하고, 생산자·유업체·정부가 공히 고통을 분담하는 형평성 있는 대안 제시를 촉구했다(본지 2015년 8월21일자 10면 참조).
이와 관련 손정렬 회장은 “각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수입 유제품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수급 문제를 적절히 대처하지 못한 책임은 전적으로 정부·낙진회·유업체에 있다”며 “정부와 낙진회는 농가 계약량 축소에 대한 대안을 반드시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강한 어조로 밝혔다.
이러한 입장은 농협쪽도 마찬가지다. 농협중앙회의 관계자는 “낙진회가 생산자들이 수용 가능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피해에 대한 차후 보전대책을 내놓는 등 합리적으로 감축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데 전체적으로 의지와 고민이 부족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반면 잉여원유 처리 문제로 경영압박을 받고 있는 유업체들은 낙진회가 제시한 안이 서둘러 시행되기를 바라는 분위기다. 한발 더 나아가 경영 악화가 심화될 경우 낙진회에 원유공급계약 감량을 요청하겠다는 입장까지 공공연히 흘리고 있다. 한국유가공협회 관계자는 “출산율 저하로 인한 우유소비 감소로 업체들은 도산위기에 몰렸다”며“차제에 수요에 맞춘 원유 생산·구매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낙진회는 8월12일 열린 임시이사회에서 연간총량제 유보 또는 폐지, 정상원유가격 지불정지선 확대 등을 담은 원유 추가 감축안을 보고하고, 낙농육우협회·농협·유가공협회에 25일까지 수용 여부를 알려달라고 요구한 바 있다.
낙진회에서는 9월1일 생산자 임원 간담회를 열고 접점 찾기에 나설 계획이지만 수용 가능한 대안이 도출될 가능성은 미지수다.
이렇게 낙진회가 또 농가에 부담을 전가하는 쪽으로 검토안을 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낙농가들은 “2년 연속 유대 동결, 젖소 도태, 쿼터 양도·양수 시 일정량 반납 등을 통해 수급조절에 동참해 온 농가들에게 다시 일방적인 추가 감축을 요구하는 것은 도발”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경훈 낙농육우협회 이사(충남 보령 즐거운목장 대표)는 “상생은 어느 한쪽의 피해 강요가 아니라 고통 분담에 모두가 동참할 때 가능하다”“유업체도 유제품 가격을 인하해 소비촉진에 나서고 정부도 분유 수입물량 조절, 수급안정자금 지원 등을 통해 사태 해결에 나서야 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