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축산식품부가 새로운 농식품 수출시장으로 할랄시장에 주목하고 할랄식품산업 육성정책을 내놓으면서 민간 식품업체들이 할랄시장 개척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해 말 133개 업체, 404개 품목이었던 한국이슬람교중앙회(KMF) 인증이 올해 7월 말 현재 155개 업체, 524개 품목으로 크게 늘었을 정도다. 말레이시아 이슬람개발부(JAKIM) 등 해외 인증까지 합하면 인증 업체와 품목은 더 늘어난다.
◆유제품=현재 유제품의 경우 남양유업·서울우유·빙그레가 할랄인증을 받았다. 남양유업은 2011년 10월 국내 유가공업체 중 최초로 수출용 <멸균초코우유>에 대해 JAKIM 인증을 획득해 급식용으로 말레이시아에 수출하고 있다. 빙그레는 <바나나맛 우유>에 대해 올 3월 말레이시아로부터 JAKIM 인증과 함께 수출업체 검역·위생 등록을 마치고, 6월에 양국 간 검역증명서 서식 협의가 완료됨에 따라 9월12일 수출에 나선다.
서울우유도 지난해 KMF 인증에 이어, 올해 5월1일 10개 제품에 대해 JAKIM 인증 및 검역·위생 승인을 받고 현재 이슬람권으로의 수출을 모색하고 있다.
김명호 한국식품연구원 박사는 “우유 자체는 할랄이지만 가공할 때 돼지의 지방에서 나온 유화제를 사용해서는 안 되고, 치즈를 만들 때도 렌넷(응고제)을 할랄방식으로 도축된 소에서 유래한 것만 사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치류=한성식품·CJ제일제당 등이 김치류에 대해 할랄인증을 받은 대표 기업이다. 2013년 8월 6개 김치 제품에 대해 인증을 받은 한성식품은 원래 내수에 주력하던 업체다. 하지만 신시장, 특히 이슬람 시장 개척을 위해 할랄인증을 추진했다. 김치의 경우 고기 자체가 사용되지 않기 때문에 할랄인증이 비교적 수월했지만 젓갈류나 육수 등에 할랄이 아닌 요소가 투입되는 것을 차단하는 데 주력했다.
2006년에 받았던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HACCP·해썹) 획득도 할랄인증에 도움이 됐다. 할랄인증은 위생적인 시설에서 생산되는 것을 기본으로 하기 때문이다. 한성식품은 할랄인증 획득 후 매년 수출이 5~10% 늘고 있다. 8~12일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대한민국식품대전에도 참가해 이슬람권 국가 바이어 등을 상대로 판촉행사를 벌였다.
CJ제일제당은 2013년 1월 JAKIM 인증을 받은 후 말레이시아·싱가포르 등으로 김치류 수출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 2012년 1억원이던 수출액이 2014년 7억원에 달했다.
◆배=경남 진주배 수출연구회는 5월4일 국내 최초로 신선농산물(배)에 대해 할랄인증(KMF)을 받았다. 전문가들은 신선농산물의 경우 그 자체가 할랄이기 때문에 별도의 인증이 필요하지 않다고 말하지만, 연구회는 이슬람권으로의 수출 확대를 위해서는 할랄인증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김근수 진주배 수출연구회 대외협력국장은 “중동 등 이슬람 시장의 상류 소비층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안전과 고품질에 기반을 둔 할랄인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연구회는 할랄인증을 위해 성장촉진제 사용이나 인공수분을 하지 않으면서 저농약 방식으로 배를 재배한다. 돼지 분뇨로 만든 퇴비도 사용하지 않는다. 조만간 수확하는 <신고배>에 할랄인증 마크를 붙여 이슬람 국가에 본격적으로 수출한다는 계획이다.
◆라면=농심은 2012년 15개 품목에 대해 KMF 인증을 받았다. 컵라면과 봉지라면 등 모두 라면 제품이다. 인증 과정은 쉽지 않았다. 특히 라면은 우유·밀가루 등과 달리 첨가물이 많이 들어가는 식품이어서 각 첨가물이 할랄인지를 확인하고, 할랄이 아닐 경우 이를 사용 가능한 것으로 대체하는 작업이 수반됐다.
농심은 현재 할랄인증 제품을 인도네시아·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아랍에미리트연합 등 49개국에 수출한다. 해당 제품의 수출이 매년 20%가량씩 늘고 있다는 것이 농심 측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