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옥배씨(80)가 낮 동안 산지를 돌아다니다 축사로 돌아온 한우를 돌보고 있다.
울산광역시 울주군 두서면 미호리의 아미산 언저리. 이곳에서 신우목장을 운영 중인 김옥배씨(80)는 자부심이 대단하다. 그는 여기서 한우 160여마리를 사육 중인데, 출하만 하면 모두 뛰어난 육질 성적을 얻기 때문이다. 8월의 경우 김씨가 출하한 한우 8마리 가운데 무려 6마리(75%)가 육질 1++등급을 받았다. 나머지 2마리는 1등급이다. 8월 전국 한우 1++등급 출현율이 9.8%에 머문 점을 감안하면 김씨의 한우는 ‘명품 중의 명품’으로 손색이 없다.
김씨는 이 같은 성적의 비결이 산지를 활용한 생태축산 덕분이라고 강조한다.
“오전 8시만 되면 모든 소들이 야산으로 소풍을 나갑니다. 자연 속을 자유롭게 누비며 풀을 뜯어먹고 오후 5시경에 우리로 돌아온 소들은 털빛부터 달라요. 이런 소들은 당연히 건강하고 잘 자랄 수밖에요”
그러면서 그는 “목장 안에 식당을 차려 직접 생산한 한우고기를 판매하는데, 맛을 본 손님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최고’라는 감탄사를 쏟아낸다”고 귀띔했다.
김씨가 산지와 초지에 가축을 방목하는 산지 생태축산을 시작한 것은 1997년부터다. 당시 국제통화기금(IMF) 사태로 배합사료 값이 급등하자 조금이라도 사료비를 줄일 목적으로 소 120마리를 66만1157㎡(약 20만평)의 산지와 초지에 풀어놓았다.
그런데 뜻밖의 효과가 나타났다. 우리에 가둬 사육할 때보다 소가 더 잘 자라고 병이 사라졌다. 특히 암소의 번식력이 크게 개선돼 송아지를 잘 낳게 된 것. 김씨는 “참나무잎과 솔잎, 자연 그대로의 풀을 먹는데다 운동량이 많아 면역력이 높아진 까닭”이라며 “한동안 보이지 않던 암소가 산에서 새끼를 낳아 함께 돌아온 일도 다반사였고, 이들 송아지는 잔병치레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씨는 현재 배합사료와 자체 생산한 조사료를 급여하며 방목 형태로 소를 사육하는데, 일반 한우농가에 비해 사료비가 30%가량은 덜 들어갈 것이라고 했다.
김씨가 산지생태 축산을 몸소 실천하며 효과를 본 축종은 비단 한우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3월까지 젖소 90여마리를 사육했던 그는 산지 생태축산과 6차산업을 연계해 더 큰 부가가치를 창출해 냈다. 넓은 부지를 활용한 목장 투어, 치즈·아이스크림 만들기 등 체험 프로그램을 구성해 2006년부터 본격적인 관광형 목장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한옥형 펜션을 만들어 목장을 찾는 이들에게 휴식공간도 제공하고 있다. 김씨 목장은 연간 8000여명이 찾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환경친화적 사육방식으로 악취가 없기로 유명하다.
또 그가 생산한 우유는 유기농 인증을 받아 5700원(1000㎖ 기준)이라는 시중가보다 약 2.5배 높은 가격에 판매되기도 했다. 김씨는 그러나 최근 젖소를 모두 처분하고 산양 200마리와 흑염소 250마리를 사육하는 데 매진하고 있다. 젖소는 주기적으로 착유를 해야 하기 때문에 일손이 많이 가고 방목에도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해서다.
9월 초 산양유 생산공장을 준공하고 유가공 제조·판매업 허가를 기다리는 중이라는 김씨는 “방목을 시작한 이후 현재까지 가축을 자연에 맡기는 것이 최고의 사육이라는 생각엔 변함이 없다”며 “건강한 축산물을 생산하겠다는 초심을 잃지 않고 산지생태축산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