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축산식품부는 최근 ‘2015년도 제6차 농산물 수급조절위원회’를 개최해 햇 건고추 7000t을 긴급 수매하기로 했다. 고추시장이 예년과 다른 이상조짐을 보임에 따라, 수확기임에도 선제적 수급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건고추 이상장세=올해 노지고추 재배면적은 3만4514㏊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3만6120㏊)보다 5%(1606㏊), 평년(4만4173㏊) 대비 22%나 줄어든 수치다. 올해 생산량은 8만1000t으로, 지난해(8만5068t)보다 5% 평년(9만4869t)보다 15% 감소할 전망이다. 가격이 예년에 견줘 크게 오를 수밖에 없는 조건을 갖춘 셈이다. 문제는 가격이 오르기는커녕 급락세가 우려된다는 점이다.
9월 상순 도매가격(상품 600g기준)은 8375원으로 평년에 견줘 11% 낮고, 산지가격(상품 600g기준)은 5574원으로 평년보다 21%나 낮은 수준이다. 산지 관계자는 “산지가격이 도매가격에 비해 600g당 평균 1500원, 많게는 2000원 낮은 게 일반적인데, 요즘 같은 3000원 정도의 차이는 상당히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수급조절 매뉴얼로 보면 도매가격은 ‘안정단계’, 산지가격은 ‘주의단계’다. 하지만 별다른 조치가 없으면 산지가격이 조만간 ‘경계단계’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당초 생산량 감소로 가격폭등을 우려했으나 이제는 폭락을 걱정하는 상황”이라면서 “예년에 볼 수 없었던 이상장세”라고 말했다.
◆수입증가·재고과잉이 이상장세 원인=냉동고추 등 외국산 고추의 수입 증가가 이상장세의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지난해 8월부터 올 7월까지 국내로 수입된 외국산 고추는 10만6000t(냉동고추·다진양념·고추장·김치에 포함된 고춧가루 등을 환산한 물량)이다. 1년 전에 비해 1만t, 평년에 비해 5000t 이나 증가했다. 국내 생산량이 줄어든 자리를 수입 고추가 파고드는 형국이라, 수입 고추의 공세로 국내 고추시장이 위축되는 악순환이 올해도 재현될 조짐이다.
일부에서는 식품 대기업들이 국산 고추 값이 급등했던 2011년 트라우마(정신적 외상)로 수입 고추 공급량을 늘렸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당시 식품 대기업들은 일부 계약재배 농가들이 계약을 불이행해 원료 조달에 큰 낭패를 봤다.
지난해 재고가 많은 것도 요인이다. 정부는 자체보유 6100t, 지역농협 2000t, 민간보유 1만t 등 1만8000t 정도를 지난해 재고로 추산한다. 하지만 민간보유가 1만t이 훨씬 넘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민간 보유 물량이 최소 2만t이 넘기에, 민간상인들이 산지거래를 기피한다는 분석이다.
◆정부 강력한 수급대책 추진=농식품부는 산지가격이 평년 수준(600g당 6000~6500원)으로 회복될 때까지 강력한 선제 대책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허태웅 농식품부 유통소비정책관은 “이상장세를 방치하면 산지농가의 피해가 커질 것으로 판단했다”며 “산지농가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수확기임에도 선제적인 대책을 수립한 것”이라고 말했다.
우선 10월까지 햇 건고추 7000t의 조기 수매를 추진하기로 했다. 기존 비축물량(6100t)은 가격이 평년 수준으로 회복될 때까지 방출하지 않기로 했다. 농협의 계약재배 물량(5500t) 수매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더불어 식품업계와 외식업체를 대상으로 수입 고추보다 국산 고추 사용을 확대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와는 별도로, 출하량이 크게 늘어난 배추·무에 대한 수매비축도 추진하기로 했다. 수매물량은 배추 5000t 이내, 무 8000t 이내에서 탄력적으로 수매하기로 수급조절위원회에서 의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