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남 나주 금천면 죽촌리 박동천씨 부부가 올해 이상저온 등의 영향으로 상품성이 떨어진 배를 보여주고 있다. 착과불량 피해로 수확 직전인데도 나무에서 배 봉지를 거의 찾아볼 수 없다.
15일 배 주산지인 전남 나주시 금천면 죽촌리 박동천씨(57)의 배밭.
4월 배꽃 개화기에 이상저온으로 착과불량 피해를 입은 박씨 부부는 드문드문 배 봉지가 달려 오히려 휑해 보이는 배밭에서 연신 한숨만 내쉬었다. 배꽃 수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배가 예년에 비해 70% 정도 덜 달린 여파가 대목장 수확기에 현실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수확은 미룰 수 없어 막상 밭에 나와봤지만 내다팔 수 있는 정상과는 지난해 대비 20% 정도에 지나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딸 배가 없으니 수확용 노란 플라스틱 배상자도 여기저기 드문드문 놓여 있었다. 착과불량 피해를 면한 다른 농가들의 배밭에 상자가 일렬로 노란 줄을 이루며 쭉 늘어서 있는 것과 대조적이었다.
박씨는 “올해는 열매솎기할 것도 없어 달린 배는 모두 봉지를 씌웠기 때문에 그나마 배가 조금 달려 있는 듯 보이지만 막상 봉지를 벗겨보면 상품성이 있는 것은 몇개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더욱 맥 빠지게 하는 것은 착과불량 피해의 경우 이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올해 과일이 이렇게 안 달리면 가지 등이 웃자라고 꽃눈 형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내년 농사까지 어렵게 한다는 점”이라고 하소연했다.
박씨는 예년 같으면 1만1500㎡(3500평)의 면적에서 15㎏들이 3000상자 정도를 수확했을 텐데 올해는 800상자나 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박씨는 이처럼 착과불량으로 큰 피해를 입었지만 농작물재해보험 혜택마저도 기대할 수 없다.
농작물재해보험을 ‘종합위험보장(종합보험)’이 아닌 ‘특정위험보장’으로 가입해 착과불량 피해는 보상이 안 되기 때문이다. 종합보험은 올해 처음 시범사업으로 실시해 나주지역의 경우 가입 농가가 5% 정도에 그치고 있다.
정부의 재해복구비도 피해를 만회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농업재해대책법에 따르면 배 착과불량 피해율이 50% 이상인 농가의 경우 복구비는 1㏊(3000평)를 기준으로 농약대 47만원과 생계지원비 91만원 등을 포함해 150만원 정도가 전부다.
인근 지역에서 착과불량 피해를 입은 김영준씨(66·월산리)도 “올해는 수확할 배가 예년의 40% 수준에 불과하지만 현실적으로 피해를 만회할 길이 없다”면서 “배가 이렇게 안 달려도 병해충 방제 등 관리는 똑같이 해줘야 해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도 일년 농사가 헛수고가 돼 의욕이 없다”고 말했다.
김씨는 “내년을 기약하자고 혼자 위로를 해도 목돈을 만져야 할 추석 대목에 당장 소득이 없어 그게 생각처럼 쉽지 않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김선중 금천농협 조합장은 “올해 착과불량 피해를 입은 농가가 많아 농작물재해보험을 종합보험으로 가입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는 농가가 크게 늘었다”면서 “정부와 지자체, 농협에서 보험료 지원을 많이 해주기는 하지만, 농가 입장에서는 보험료가 아직도 큰 부담이 되는 만큼 정책보험을 감안해 보험단가를 좀 더 낮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