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최근 내놓은 ‘당근 수급 현황 및 시사점(FTA 이슈 리포트 제13호)’을 보면 2000년 1만1430t이던 당근 수입량은 이후 해마다 급격히 늘어 2011년 9만6339t을 기록한 뒤 지난해까지 줄곧 9만t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이런 수입 급증세는 국내 당근 생산기반을 크게 흔들어놨다. 2000년 4383㏊였던 국내 당근 재배면적은 2014년엔 2397㏊로 무려 45.3%나 줄었고, 같은 기간 당근 자급률은 64.3%에서 45.6%로 ‘뚝’ 떨어졌다.
외국산 당근의 가장 큰 무기는 싼 가격과 편의성이다. 지난해 수입 당근의 도매시장 반입 가격은 1㎏당 761원으로 국산(1060원)보다 30%가량 낮았다. 지성태 농경연 FTA이행지원센터 조사분석팀장은 “수입 당근은 가격면에서 우위에 있는데다 전량 세척 상태로 들어와 편의성을 중시하는 식당이나 외식업체, 가공업체의 선호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한·중 FTA에서 당근이 양허제외되긴 했지만, 이미 중국산이 국내 시장을 절반 넘게 잠식한 상태인데다 베트남산 당근이 의외의 복병으로 가세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한·아세안 FTA 협상 당시 수입이 전혀 없었던 베트남산 당근의 민감도가 낮다고 판단, 일반 품목에 포함시켰다. 그 결과 베트남산 신선당근은 2010년부터 전량 무관세로 수입되고 있다. 베트남산 당근 수입량은 2010년 122t, 2011년 229t으로 서서히 늘다 지난해엔 4711t까지 폭증했다.
농경연은 앞으로 수입 당근의 국내 시장 점유율이 더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특히 높은 가격경쟁력을 가진 베트남산이 중국산을 대체하며 점유율을 한단계 끌어올릴 것이란 전망이다. 지난해 베트남산 당근의 연 평균 수입단가는 1㎏당 0.48달러로 중국산보다 4.5% 낮았다.
지 팀장은 “아직까지는 소비자들의 식품안전성에 대한 고려가 수입 당근의 시장 확대를 지연시키는 안전핀 역할을 하고 있지만, 앞으로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어떻게 바뀔지 예의 주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