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주 농가 마크 데이비슨씨가 포도농장에서 직접 생산한 포도주를 선보이고 있다(왼쪽 사진). 동료와 함께 포도주 저장창고에서 오크통에 숙성 중인 포도주의 산도를 맞추고 있다.
호주 시드니에서 자동차를 타고 북쪽으로 2시간가량 가면 나오는 뉴사우스웨일즈주 헌터밸리. 이곳은 호주에서 가장 오래되고 유명한 포도주 주산지다. 포도주를 만드는 농장만 150여곳이 자리를 잡고 있다. 포도 재배와 포도주 생산은 기본이다. 여기에 체험관광과 서비스산업이 어우러져 있다. 주변에는 포도주 체험농장, 고급 레스토랑, 요리학교, 박물관, 골프장 등 관광 인프라도 두루 갖췄다. 또 1년 내내 재즈·오페라 음악가들의 공연이 포함된 음식·포도주 관련 이벤트가 이어진다. 농업·제조업·서비스업이 협업과 분업을 통해 6차산업화를 선도하는 집단화된 단지인 셈이다. 이 일대에서 템버레인 포도농장은 유기농 포도 재배, 포도주 가공, 결혼식장 운영을 통해 6차산업화 모델을 창출해 가고 있다.
◆가공용 포도, 유기농으로 대규모 재배=농장주 마크 데이비슨씨(62)는 18년째 유기농으로 가공용 포도를 재배하고 있다. 그가 헌터밸리에서 유기농 재배하는 포도 재배면적만 30㏊가 넘을 정도로 광활하다. 이외에도 헌터밸리에서 벗어난 오렌지 지역에 100㏊ 규모의 유기농 포도농장을 소유하고 있다. 호주에서 유기농으로 가장 큰 규모다. 수확을 포함한 거의 모든 작업이 기계화됐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또 고정인력만 32명을 고용하고 있다.
유기농 포도 재배에 관심을 돌린 것은 포도주가 무엇보다 고유한 맛을 우선시하는 상품이라는 것을 깨닫고부터다. 그 이후 데이비슨씨는 건강한 환경에서 포도를 생산하기 위해 화학비료·살충제·제초제 사용을 철저히 거부했다. 그는 유기농으로 전환한 이후 포도 생산량이 많이 떨어졌지만 3년이 지난 후부터는 땅심이 회복되면서 수확량이 관행재배와 비슷한 수준까지 회복됐다고 한다. 식물에 필요한 세가지 영양소인 질소·인산·칼리 성분을 유기질로 보충해주고 발효퇴비를 듬뿍 넣어 땅심을 살리는 것이 유기농 농법의 핵심이다.
데이비슨씨는 “친환경 농법은 옛날 방식이 아니라 교육을 받아야만 실천할 수 있는 과학적인 농법이며 미래 세대를 위한 미래 농법이라는 새로운 접근방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포도주 가공+예식장 운영…부가가치 높여=데이비슨씨는 유기농으로 재배한 포도에 야생효모를 넣고 12개월간 숙성시켜 적포도주를 만들고, 8개월간 숙성시켜 백포도주를 생산한다. 또 일부는 8~9년간 숙성시켜 프리미엄 브랜드로 출하한다.
유기농 포도주는 고유의 맛과 향이 살아있을 뿐만 아니라 항산화물질·비타민·미네랄이 풍부해 건강에도 좋다. 2007년에는 호주에서 가장 권위있는 포도주 평가기관으로부터 최고 등급인 ‘별 5개’를 받기도 했다. 연간 생산량은 1200만병 수준으로 매출은 1000만호주달러(약 83억원)를 넘는다.
생산한 포도주의 80%는 자국 내에서 소비하고, 20%는 한국을 비롯해 중국·미국·싱가포르 등으로 수출한다. 농장에 찾아와 포도주를 직접 맛보고 사가는 소비자도 많다. 연간 농장 방문객만 3만명에 육박한다. 또 페이스북·트위터·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도 판매에 큰 도움이 된다. 팔로워(팬)만 2만여명을 거느리고 있다.
포도농장에서는 결혼식장도 운영한다. 친환경 포도밭을 배경으로 한 야외 결혼식이 끝나면 실내 연회장에서 식사와 포도주를 제공한다. 결혼식장 운영을 맡은 부인 루이 데이비슨씨(60)는 “거의 매주 결혼식이 열리는데 평생 한번뿐인 행사에 유기농 포도주로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