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축산식품부가 쌀 적정 생산을 유도하고 수요 확대 등의 내용을 담은 ‘중장기 쌀 수급안정 대책’을 마련했지만, 갈길이 멀어 보인다. 적정 생산 유도는 관련 예산이 올해 반영조차 되지 않아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생산조정제 도입을 둘러싼 논란도 여전하다. 수요 확대 방안인 쌀 수출은 정부의 기대만큼 수출 증가세가 이어질지 의문이다. 일부에서 백화점식 대책이란 쓴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적정 생산 유도=정부는 논에 타작물 재배를 확대해 적정 수준의 벼 재배면적을 유지하기로 했다. 구조적인 쌀 공급과잉을 해소하기 위함이다.
특히 올해에는 자연감소분 1만7000㏊를 포함해 3만㏊의 벼 재배면적을 줄일 계획이다. 지자체 자체 사업 연계 6600㏊, 농지은행 보유분 1200㏊, 들녘경영체 3000㏊, 간척지 1000㏊ 등의 벼 재배면적 감축 목표를 세우고 있다.
지자체에 협조를 요청하거나 기존 사업을 통한 자율적인 생산조정에 나서겠다는 의미다. 올해 농식품부 예산에 생산조정 관련 예산이 반영되지 않아 강제적인 생산조정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지자체와 농가들이 적극 호응하지 않으면 목표 달성이 쉽지 않아 보인다.
2017년 이후에 생산조정제를 도입할지 여부는 오는 6월까지 일본·대만 등의 사례를 고려해 결정하기로 했다. 하지만 예산당국이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생산조정제에 부정적이라 정부부처 내 의견 조율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농업계 내부에서도 찬반이 엇갈려 험로가 예상된다.
쌀직불제는 개선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변동직불금을 생산과 연계되지 않는 방향으로 손댈 가능성이 높다.
◆수요 확대=2025년까지 쌀 5만t, 쌀가공식품 2억달러 수출을 목표로, 다양한 지원을 실시한다.
우선 수출용 쌀 재배단지를 ‘쌀 수출 전문단지’로 지정해 육성하기로 했다. 올해 7곳을 지정한다. 생산량의 40% 이상을 수출한 전문단지에는 안전성 검사비 지원 등 인센티브를 부여한다. 수출업체에는 맞춤형 정보, 컨설팅, 현지 유통매장 판촉 등을 지원한다. 올해 시작되는 대중국 쌀 수출을 계기로 쌀과 쌀제품의 수출을 활성화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문제는 목표 달성이 힘들 것이란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는 점이다. 2014년 기준 쌀 수출량은 2000t, 쌀 가공식품 수출액은 6100만달러에 불과하다. 특히 중국 내 중·단립종 소비층이 얇아 수출 증가세가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유가 하락과 미국발 금리 인상, 중국의 경기 둔화 등도 수출 악재다.
사료용 쌀을 중심으로 비식용 신규 수요를 발굴하고, 쌀 이용 술산업 활성화를 위한 제도 개선에도 나서기로 했다. 쌀 가공산업 활성화를 위해 쌀가루 품질규격(KS)을 설정하고, 3년간 쌀제품 연구개발(R&D)에 50억원을 투자한다.
◆재고 관리=묵은쌀을 사료용으로 공급하기로 했다. 사료용 공급 등을 통해 정부 쌀 재고를 2018년까지 적정 수준인 80만t으로 감축하기로 했다. 지난해 11월 말을 기준으로 하면 정부재고(163만t)를 절반 수준으로 줄여야 하는 셈이다.
사료용 공급 대상은 식용으로 사용하기 어려운 2012년산 9만4000t이 우선대상이 될 전망이다. 2012년산 9만4000t을 사료용으로 저가 공급하면 재고 관리비용 절감, 사료곡물 수입대체 등으로 269억원의 편익이 발생될 것으로 기대된다. 묵은쌀 사료화는 그동안 정서적인 거부감이 심해 추진되지 못하다가, 이번에 처음으로 시행된다.
오경태 농식품부 차관보는 “농민단체가 묵은쌀의 사료화 필요성을 제기한데다, 일본도 2013년 기준 60만t을 사료용으로 사용한 점을 감안했다”고 말했다.
또 국산 묵은쌀(약 10만t)의 가공용 판매가격을 인하하고, 저소득계층에 대한 복지용 쌀 판매가격을 20% 인하하기로 했다. 수입쌀에 대한 국내 수요를 정기적으로 조사하고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 수입쌀을 체계적으로 관리한다는 방침이다.
남우균 기자 wknam@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