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북 제천에서 ‘잘사는 마을 만들기’에 앞장서고 있는 박왕재씨(오른쪽)가 장운봉 금성농협 조합장과 시장에 출하할 브로콜리의 품질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충북 제천 금성면의 박왕재씨(52·활산리)는 오이를 비롯해 브로콜리 등 양채 농사로 성공한 대표적인 농업인으로 손꼽히고 있다.
30년간 농사를 지어온 박씨는 20여년 전 특별한 소득작물이 없었던 마을에 오이를 보급, <금수산오이> 브랜드를 만들어 고소득 작물로 키운 주인공이다.
특히 박씨는 산지 규모화와 교섭력 강화를 위해 2005년 ‘활산청정채소작목반’을 조직, 오이와 브로콜리 등 양채를 연간 15억원 이상 출하하며 마을 농가의 소득 증대에 도움을 주고 있다.
박씨는 “오이의 경우 마을과 자매결연을 한 서울 강서시장의 ㈜강서청과에 작목반 농가와 함께 전량 출하해 교섭력을 높인 결과 수취값이 한상자당 2000원 이상 올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5년 전부터 신소득작물로 육성중인 브로콜리 등 양채류만 하더라도 수도권과 부산 등 대도시 도매시장에서 고품질 농산물로 인정받고 있다”며 “엄격한 선별은 물론 분산 출하해 이곳 마을주민들은 다른 지역 농가에 비해 한상자당 20% 이상 높은 값을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작목반이 성공한 배경에는 그동안 도매시장을 밤낮없이 뛰어다닌 박씨의 노력이 큰 힘이 됐다.
작목반 출범 초기 박씨는 직접 1t 화물차에 농산물을 싣고 출하를 위해 서울 가락시장과 강서시장을 수시로 오가며 선진 유통 노하우를 배운 뒤 작목반에 그대로 적용시켰다. 이 가운데 박씨가 근절시킨 것은 ‘속박이’. 농산물을 제값 받고 팔기 위해서는 소비처로부터 신뢰를 얻는 일이 가장 시급하다는 판단에서였다. 작목반 회원들을 하나하나 설득하며 ‘속박이 없는 농산물 출하’를 하나의 원칙으로 정착시켰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시장에서 두터운 신뢰가 형성돼 작목반 회원농가들이 출하한 농산물은 현재 상자 개봉없이 경매가 이뤄질 정도. 수취값도 덩달아 높아졌다.
농산물 홍보와 마케팅 등 금성농협(조합장 장운봉)의 측면지원도 큰 보탬이 됐다. 지난 10여년간 농협과 상생을 모색한 것이 주효했다는 농협측의 설명이다.
장운봉 조합장은 “박왕재씨는 농사에 필요한 거의 모든 영농자재를 농협에서 구매하고 있다”면서 “게다가 작목반 회원 농가 대부분이 농협의 신용 및 경제사업 전이용에 앞장서며 농협사업을 든든히 받쳐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박씨는 지난달 농촌진흥청에서 열린 ‘제20회 농업인의 날’ 기념식에서 국무총리상을 받는 영예를 안았다. 박씨는 “회원 농가들이 똘똘 뭉쳐 명품 농산물 생산에 심혈을 기울여 온 덕분에 다른 지역의 유명 브랜드와 견줄 실력을 갖추게 됐다”고 밝혔다.
제천=류호천 기자 fortune@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