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6일 밤 9시, 농협가락공판장 채소 경매장. 상자 또는 비닐포장한 다양한 봄나물들에 대한 경매가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봄나물 전문 경매사인 윤춘수 농협가락공판장 차장은 “날씨가 포근해서인지 시장 내 본격적인 거래 시기가 지난해보다 일주일 정도 앞당겨진 것 같다”고 말했다.
#2. 7일 오전 10시, 서울 용산구의 한 대형마트. 달래·냉이 등 소비자들에게 친숙한 봄나물은 물론이고 돌나물·곤달비·깻순·유채·방아잎·방풍나물·세발나물·취나물·참나물 등 다채로운 봄나물들이 성인 손바닥 두개 정도의 크기로 비닐 소포장돼 냉장 매대 한켠에 가지런히 진열돼 있었다. 장을 보기엔 아직 이른 시간이지만 30분 정도 지나는 동안 적지 않은 주부들이 해당 매대를 찾아 관심을 보였다.
새해 들어 봄나물 시장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한겨울임에도 예년보다 포근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전국의 주요 도매시장과 유통업체들이 봄나물 조기 취급에 돌입하고 있어서다.
홈플러스는 7~13일 전국 141개 모든 매장에서 ‘겨울 속 봄나물 균일가 기획전’을 진행하고 있다. 농협유통은 앞서 지난해 12월 말부터 ‘추운 겨울 향긋한 봄향기’라는 주제로 하나로마트 서울 양재점에 별도의 매대를 마련, 봄나물 모음전을 벌이고 있다. 최성웅 홈플러스 채소팀 바이어는 “따뜻해진 겨울 날씨로 인해 봄나물을 찾는 고객 수요가 늘면서 자체 점포 기준으로 예년보다 한달가량 빨리 봄나물 판매행사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서울 가락시장 관계자들에 따르면 현재 출하되는 봄나물은 거의 전량 시설하우스에서 재배한 것들이다. 노지에서 재배한 봄나물은 2~4월에 출하된다. 하지만 봄 기운을 일찍 만끽하려는 소비자 수요와 위축된 소비 심리를 되살리려는 유통업체들의 의도, 그리고 이상고온으로 생육이 빨라진 산지 상황 등 3박자가 맞아떨어지면서 봄나물 조기 취급 붐이 일고 있다.
윤춘수 경매차장은 “현재 달래·냉이·머위가 활발히 거래되고 있는데 전체 반입물량의 70%가량이 충남 서산·태안 등지에서 출하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시설하우스에서 재배한 것들이다 보니 시장출하는 사실 연중 이뤄지고 있긴 하지만, 연간 하루 평균 800상자(4㎏들이) 정도 반입된다고 보면 1월 중순에는 2000상자 정도로 크게 많아지는데 올해엔 출하시기가 다소 빨라졌다”고 말했다.
최근 수년 새 봄나물 시장은 품목수가 늘어나고 소포장·세척 추세로 가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소비자들의 건강에 대한 관심 증대와 가구수 감소 등 소비 여건 변화를 반영한 흐름이다. 소포장화는 유통업체들이 주도하고 있는데 규모화된 산지에서 소포장된 농산물을 직접 공급받거나 도매시장에서 4㎏ 또는 8㎏들이 상자포장품을 구입한 중도매인들이 자체적으로 소분한 것들을 구입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포장화와 관련해 개선점 또한 없지는 않다. 7일 찾은 대형마트만 해도 세발나물을 제외한 대다수 품목들의 비닐소포장품에서 중량 표기를 찾아볼 수 없었다. 가격비교를 위한 소비자들의 알권리가 차단되는 셈이다.
현재의 시세가 만족스럽지 못한 것도 아쉬운 점이다. 7일 가락시장에서 거래된 달래의 평균 도매시세는 4㎏들이 한상자당 4만5000원 안팎으로 지난해 이맘때(5만원)보다 5000원 정도 낮았다. 경기 불황의 골이 생각보다 깊다는 게 유통인들의 전언이다. 또한 설 대목이 다가오고 있지만 봄나물은 제수용품이 아닌 까닭에 시세 전망에 긍정적으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대체적이다.
김소영·이성제 기자 spur222@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