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쌀값 하락세 지속, 정부재고는 넘쳐=통계청은 이달 5일자 산지 쌀값이 80㎏에 14만6560원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때의 가격인 16만3280원보다 10% 정도 낮은 가격이다. 열흘 전인 지난해 12월25일자 가격(14만7312원)과 비교하면 0.5%(752원) 하락했다.
지난해부터 지속된 하락세가 해를 넘겨서도 이어지는 형국이다. 2015년산 산지 쌀값은 가격조사가 시작된 지난해 10월5일자(16만3396원)를 정점으로 단 한번의 반등 없이 내림세를 지속하고 있다.
정부 재고는 넘쳐나고 있다. 지난해 11월 말 현재 정부 재고는 수입쌀을 포함해 163만t으로 집계됐다. 적정 재고 수준으로 여겨지는 80만t의 두배가 넘는다. 특히 생산한 지 오래된 구곡보다 최근 1~2년 내 생산된 쌀이 많다는 점이 걱정이다. 이들 물량은 방출될 경우 식용으로 사용이 가능해 시중에 유통되는 2015년산 신곡과 경합할 수 있다.
실제로 정부 재고가 적정 수준을 많이 초과하는 점을 들며 정부가 언제든지 재고를 방출할 수 있다고 우려하는 이들이 많다. 결국 정부 재고 과잉이 산지 쌀값 반등의 발목을 잡는 구조다.
◆정부 중장기대책 쌀값 하락세 못막아=정부는 지난해 12월31일 적정생산 유도, 수요 확대, 재고 감축 등을 주내용으로 하는 ‘중장기 쌀 수급안정 대책’을 발표했다. 구조적인 공급과잉 구조를 해소하기 위해 논에 타작물 재배를 권장하고, 수출 등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겠다는 내용이다. 오래돼 식용으로 사용하기 어려운 구곡(2012년산)을 사료용으로 공급하는 등 2018년까지 정부재고를 적정 수준인 80만t으로 줄이겠다는 계획도 포함됐다.
문제는 정부의 이번 대책이 산지 쌀값 반등의 원동력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달 5일자 산지 쌀값의 내림세에서도 알 수 있다. 정부의 쌀대책이 발표되면 산지 쌀값이 반등하는 게 일반적인데, 오히려 열흘 전보다 0.5% 떨어졌기 때문이다.
정부가 현재의 쌀시장 안정에 대한 해법이 아닌, 중단기 해법을 제시하는 데 그친 것이 주요인으로 분석된다. 즉 현재의 산지 쌀값 약세를 해결할 만한 단기 대책이 빠졌다는 해석이다.
쌀시장이 안정화될 수 있도록 정부가 단기적인 쌀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지고 있다.
◆추가 시장격리 등 단기대책 내놓아야=단기적인 쌀대책의 핵심은 추가 시장격리다. 시장에 유통되는 물량을 줄여야 산지 쌀값 내림세를 막을 수 있어서다.
정부는 지난해 10월26일 수확기 대책을 발표하면서 20만t의 시장격리를 우선 추진하고 “앞으로 쌀값 추이와 실수확량 발표 등을 봐가며 추가격리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산지 쌀값이 지속 하락하고 있음에도 추가 시장격리에 나서지 않고 있다. 예산당국의 반대에 막혀 있기 때문이다.
농민단체들은 2015년산 생산량(432만7000t) 중 소비량(397만t)을 초과하는 35만7000t을 전량 시장격리해야 한다고 강력 요구하고 있다. 20만t을 격리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나머지 15만7000t도 서둘러 격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농협 미곡종합처리장(RPC) 운영 전국협의회 조합장들은 지난해 12월 “2015년산 생산량 중 신곡 수요량을 초과하는 나머지 15만t 이상을 조속히 시장격리해 달라”는 내용의 건의문을 농림축산식품부에 전달하기도 했다.
김광천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사무총장은 “기존 20만t 이외의 수요량 초과분(15만7000t)에 대한 추가격리조치를 서둘러야 쌀시장이 안정될 수 있다”며 추가 시장격리를 촉구했다.
임병희 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 사무총장은 “추가 시장격리는 지체하면 변동직불금 규모가 늘어날 뿐만 아니라 시장격리의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며 “시장격리를 서둘러야 하고, 대북지원·해외지원 등 다른 대책도 강구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남우균 기자 wknam@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