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생산자단체가 무항생제 축산물 인증기준 개편 방안을 놓고 활발한 논의를 진행 중인 가운데, 현행 인증기준 중 육용오리의 ‘전환기간’이 현실과 맞지 않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전환기간’은 일반농가가 무항생제 축산물을 생산하는 농가로 전환하거나, 일반농가에서 자란 가축을 무항생제 인증농가가 입식, 생산·판매하려는 경우 인증기준에 맞춰 해당 가축을 사육해야 하는 최소 기간을 말한다.
현행 ‘친환경농어업 육성 및 유기식품 등의 관리·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에는 무항생제 축산물의 전환기간은 육용오리의 경우 최소 6주, 육계는 최소 3주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무항생제 축산물 인증 농가가 일반 농가로부터 3일령의 새끼오리를 입식했다면 6주 동안 사육한 뒤 최소한 45일령 이상 되는 시점에 출하해야 한다.
그러나 문제는 사양관리기술 발달과 사료효율 향상으로 오리 출하일령이 앞당겨지고 있어 농가들이 전환기간을 지키기 위해선 적정 사육기간을 넘겨 출하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전남 영암에서 육용오리 1만3000여마리를 사육 중인 한 농가는 “예전보다 사육환경이 좋아져 육용오리의 평균 출하체중인 3㎏에 도달하는 데 40일령도 채 걸리지 않는다”면서 “하지만 관련 법에서 정한 전환기간을 따르다 보니 무항생제 축산물로 인증받으려면 어쩔 수 없이 출하체중에 도달해도 사육을 더 할 수밖에 없어 사료비만 증가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실제 한국오리협회가 오리계열화업체 8곳을 대상으로 3개 연도(2012~2014년) 평균 출하일령을 조사한 결과에서도 오리의 체중이 3㎏까지 도달하는데 38일이 소요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농가들은 정부가 친환경 축산업을 육성하겠다는 취지로 인증제를 도입했지만 현실과 괴리된 인증기준이 참여를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전환기간을 최소 6주에서 최소 5주로 단축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오리협회 관계자는 “생산비 증가, 상품가치 하락 등 사육기간 연장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로 무항생제 인증 오리고기를 생산하려는 농가들의 민원이 잇따르고 있다”면서 “농가들의 의견을 수렴해 관련 법을 개정해 줄 것을 정부에 지속적으로 건의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지현 농림축산식품부 친환경축산과 사무관은 “사육기간이 단축됐다곤 하지만 아직까지 많은 농가들이 42일령을 기준으로 오리를 사육·출하하고 있어 이를 제도에 반영한 것”이라며 “앞으로 축산 강국과의 무역교류는 더욱 활발히 일어날 텐데 일부 농가들의 주장에 따라 인증기준을 완화하는 것은 국내산 축산물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최문희 기자 mooni@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