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지역에 폭설과 한파의 여파로 겨울무가 쉽게 금이 가고 깨지는 등 출하할 수 없을 정도의 하품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한라봉> <천혜향> 비가림감귤 가릴 것 없이 선과장에 들어오는 감귤 대부분이 냉해를 입었어요.”(서귀포시 지역농협 산지유통사업소장)
1월 말 제주지역의 폭설과 한파 이후 냉해 피해가 겨울무 등 채소류와 감귤류까지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어 농가 시름을 깊게 하고 있다. 감귤 및 겨울채소류 재배농가와 농협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 관계자들에 따르면 제주지역에선 유례없는 폭설에다 영하의 기온에 따른 후유증이 작물을 가릴 것 없이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다.
서귀포시 지역농협 유통센터 관계자는 “냉해를 심하게 입은 감귤은 도로 가져가라고 돌려보내고 있고, 경미한 것은 선과작업 후 출하하고 있는데 이런 감귤을 맛본 소비자들이 감귤에 대한 이미지가 나빠질까 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또다른 농협 관계자는 “껍질이 얇은 비가림감귤의 경우 설이 지나면 출하할 물량이 없을 정도로 냉해가 심각해 시장격리를 추진 중”이라며 “2일까지 냉해 피해를 입었다는 농가만 500명인데 껍질이 두꺼운 <한라봉> 등은 앞으로 피해가 어떻게 나타날지 모르는 상태여서 피해 조사기간 연장은 물론 비가림 시설하우스에도 보조 가온시설을 할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겨울무는 밭에서 얼어버려 출하를 포기하는가 하면 수확을 했더라도 깨져버려 출하할 수 없는 경우가 늘면서 농업인들의 속을 태우고 있다. 6만6000㎡(약 2만평)의 무농사를 짓는다는 정기호씨(58)는 “정상적이라면 90% 이상 출하하는데 지금 수확하는 과정에서도 쉽게 금이 가고 깨져버려 상품성이 없어지면서 출하 가능한 무는 절반도 되지 않는다”면서 “값이 좀 올라갈 만하니 가격 안정시킨다고 비축 물량을 풀어버리고, 이제는 값이 올라도 출하할 게 없으니 농약·비료값 등 농자재 비용도 나오지 않는다”며 탄식했다.
정길남 성산읍월동무생산자협의회장은 “병해와 냉해로 수확량이 줄고 상품으로 출하 가능한 무가 크게 줄었다”면서 “겨울무는 수확·출하작업이 4~5월까지 계속되는 만큼 폭설과 한파 피해규모는 더 두고봐야 한다”고 말했다. 제주도에 따르면 1일 기준 폭설·한파 피해조사 결과 1023건에 54억9300만원의 사유시설 피해가 접수됐다. 하지만 이는 하우스를 비롯해 축산·수산양식장 등 시설 피해를 중심으로 집계한 것으로 농작물 2차 피해는 포함되지 않은 것인 만큼 실제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제주도는 5일 1월23~25일 대설과 한파 피해 농작물 신고 및 조사기간 연장 건의를 국민안전처가 수용, 당초 2월4일까지였던 조사기간을 2월14까지 연장했다고 밝혔다. 또 이에 따라 2월11일까지 농가에서 신고한 피해 내용을 국가재난관리시스템에 입력 완료하고, 2월14일 이후 현지 확인절차를 거쳐 최종 확정한다고 밝혔다.
제주=장수옥 기자 sojang@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