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 대목 이후 사과·배 등 주요 저장과일의 재고 처리와 만감류 판매에 산지와 시장 유통인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무름과 등 저장성이 떨어진 중과 이하의 사과가 많아 제값을 받을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심진현 충북원예농협 충주거점산지유통센터 과장)
사과·배 등 주요 저장과일의 재고 처리와 만감류 판매가 농산물 유통시장의 현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경기침체로 소비심리마저 위축돼 산지와 시장 유통인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사과=충북 충주 등 주산지 관계자에 따르면 사과 저장량은 예년 이맘때와 견줘 30%가량 많은 것으로 파악된다. 저장량 과다의 가장 큰 원인은 생산량 과잉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5년 사과 생산량은 58만3000t. 전년 생산량(47만5000t)보다 22.8%, 평년(45만t)보다는 무려 29.6%나 증가한 것이다. 해거리로 착과수 자체가 많았던데다 태풍 등 기상재해가 발생하지 않아 낙과 피해가 적었기 때문이다.
설 대목 이후 사과 시세는 약세에 허덕이고 있다. 서울 가락시장에 따르면 지난해 설 명절 이후인 2015년 2월23~27일 사과 상품 평균시세는 1㎏당 3061원이었다. 하지만 올 2월11~15일 평균시세는 2044원에 그쳤다. 심진현 과장은 “물량 자체가 많은 것도 문제지만 지난해 수확기 잦은 비로 수확작업 자체가 늦어진데다 저장량 상당수가 경도·색택 등 품위가 좋지 못한 중과(5㎏들이 16개 이내)라는 데 더 큰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윤춘권 팀장은 “약보합세가 예상되기 때문에 시세 하락을 감수하고라도 과육이 무른 것은 3월 안에 출하를 서둘러야 한다”면서 “3월 물량 소진 정도에 따라 4~5월 시세 반등폭이 달라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배=지난해 생산량만 놓고 보면 사과와 다른 양상이 나타나야 한다. 생산량이 크게 줄어들어서다. 하지만 생산량이 감소한 것에 견주면 상승폭은 크지 않다. 매기가 상당히 부진하다는 얘기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5년 배 생산량은 전년보다 14% 감소한 26만1000t. 2월11~15일 배 시세는 15㎏들이 한상자당 3만원대 초반 선에 그쳤다. 지난해 설명절 이후인 2015년 2월23~27일 평균시세보다 8000~9000원 낮다.
시장 유통인들에 따르면 배는 설 대목 이후엔 주로 식자재 형태로 소비된다. 따라서 3월 개학철 식자재 공급 확대 여부를 보고 시세 전망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조상균 농협가락공판장 경매사는 “배 역시 지난해 생육기와 수확기 고온으로 당도가 크게 오른 반면 무른 과가 많은 것으로 파악된다”면서 “높은 값만 바라고 마냥 저장해둘 수 없는 만큼, 보유 중인 배의 품질을 냉정히 따져 적절히 분산 출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만감류=한파 여파를 최대한 극복하는 것이 관건으로 보인다. 주산지 관계자와 시장 유통인들에 따르면 <레드향>은 2월 말 출하가 마무리될 전망이다. <천혜향>은 <레드향> 출하가 종료되는 2월 하순께 출하가 개시되는 게 보통인데 올해는 설 특수를 노리고 <천혜향>이 한달 정도 이른 2월 초부터 선보였다. 만감류 시세는 작황이 부진한 노지감귤의 저장량이 많지 않은 까닭에 설 대목 시세 수준에서 보합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2월11~15일 가락시장에서 <한라봉>은 3㎏들이 상품 한상자당 1만원대 중반, 벌크용 10㎏들이 상자품은 4만원대 초반에서 거래되고 있다. <천혜향>의 가격은 3kg들이 한상자당 2만~2만2000원으로 지난해 출하 개시 시점인 3월 상순 때보다 2000원 정도 높게 형성되고 있다.
시세 형성의 변수는 냉해를 이겨내는지 여부다. 만감류는 비가림 생산 비중이 점차 늘고 있는데 1월 냉해 피해를 입은 것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오재훈 _중앙청과 경매사는 “만감류는 과피가 두꺼워 외관만으로는 냉해를 입었는지 잘 알 수 없는데다, 설 대목에 조기 출하된 <천혜향>이 생각보다 당도가 떨어져 소비자 인식이 나빠졌을 수 있다”면서 “숙기를 제대로 맞추고 선별을 꼼꼼히 해 만감류 인기가 단기에 끝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소영·이성제 기자 spur222@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