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자유무역협정(FTA)이 활발해지면서 주요 무역상대국의 농산물 관세가 낮아지는 데 반해 비관세장벽(NTB)은 점점 높아지는 추세다. 농업과 식품산업을 보호하려고 세계 각국이 통관 절차를 깐깐하게 진행하거나 동식물 위생·검역조치(SPS)를 강화하는 방법으로 보이지 않은 장벽을 높게 쌓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산업통상자원부의 ‘무역장벽 보고서’에 수록된 주요 무역상대국의 비관세장벽은 2013년 101건, 2014년 113건, 2015년 141건으로 매년 증가 추세다. 주로 먹거리와 관련돼 있다. 동식물·환경 보호를 이유로 수입을 제한하거나, 통관·운송·유통 절차를 까다롭게 하는 식이다. 국가별로는 중국이 2015년 30건으로 가장 많고, 베트남이 2014년 12건에서 지난해 18건으로 가장 높은 증가세를 보였다. 산업부는 보고서에서 “중국의 인삼제품 통관 심사와 허가 절차가 복잡해 우리 기업의 수출 성공 사례가 거의 없다”며 “잦은 라벨링(포장재 표시) 기준 변경에 따른 우리 기업의 피해도 상당하다”고 밝혔다.
세계무역기구(WTO) 회원들이 통보한 기술장벽(TBT) 역시 1995년 365건에서 매년 빠르게 늘면서 2014년에는 2239건으로 WTO 창설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TBT는 라벨링·인증제 변경, 규제 신설·강화와 같은 조치를 말한다. TBT 통보 건수가 늘었다는 것은 그만큼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최근의 기술장벽 흐름은 동남아시아 같은 신흥국과 농식품 비중이 커진다는 게 특징이다. FTA 확대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우리나라 농림축산식품 수출실적(61억730만달러)이 1년 전(61억8640만달러)보다 오히려 감소한 이유 중 하나도 이런 추세에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란 지적이 나온다. 김경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전 세계적인 비관세장벽 강화 추세는 앞으로 우리나라 농식품 수출의 주요 장애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해외공관의 정보수집 기능을 강화해 관련 기관이 공유하고, 범부처 대응이 필요한 과제는 민관협의를 통해 대응책을 모색한 뒤 국제회의에서 우선 의제로 반영될 수 있도록 치밀한 전략을 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상영 기자 supply@nongmin.com
●비관세장벽(NTB)=관세 이외의 방법으로 무역을 제한하는 조치. 통관지연, 수량제한, 수입허가제, 과징금 부과처럼 수입을 직접적으로 제한하는 조치는 물론 포장재 표시기준처럼 수입국의 국내 규정을 수입품에 엄격하게 적용하는 조치도 비관세장벽이다. 세계무역기구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같은 국제기구에서는 비관세조치(NTM)라고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