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북 경산묘목특구의 농가들이 본격적인 과수 식목철을 맞아 출하용 과수묘목 가식작업을 하고 있다.
본격적인 식목철을 맞았지만 사과·포도·감 등 주요 과일값 약세와 소비 부진으로 일부 과수묘목의 수요가 지난해보다 눈에 띄게 줄었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전국 최대의 과수묘목 생산지인 경북 경산묘목특구의 경우 올해 사과·복숭아 묘목값은 지난해와 비슷한 반면, 감·매실 묘목은 시세가 30%가량 낮게 형성되고 있다.
정희진 한국종합종묘 대표는 “자유무역협정(FTA) 확대에 따른 수입과일 증가 등으로 국산 과일의 수요가 줄고 값도 약세를 보이면서 묘목시장이 큰 영향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핵과일 묘목 수요량은 예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정 대표는 “최근 포도·감 등의 폐업 농가들이 대체작목으로 농사짓기 편하고 적은 면적에서도 재배할 수 있는 자두·살구·복숭아·대추 등을 선호해 핵과일 묘목이 꾸준히 팔리고 있다”고 말했다.
사과묘목은 사과값 하락에도 불구하고 품종갱신 수요로 인해 보합세를 보이고 있다. 사과 접목묘는 품종에 따라 6000~8000원 선에 거래되고 있다.
묘목 생산농가들에 따르면 특히 지난해 850여 포도농가가 폐업을 신청한 영천지역에서는 올해 자두·살구 식재면적의 증가가 예상된다.
하양장미농원을 운영하는 손근배씨(66·하양읍 대조리)는 “가격 하락으로 포도농사를 포기한 고령 농가들이 비교적 열매를 빨리 맺고 관리가 쉬운 품목으로 돌아서고 있어 자두와 살구 등에 대한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 영천지역에서는 상당수 농가들이 포도나무를 뽑아내고 자두나무를 심고 있다. 새로 심는 품종으로는 만생종 <추희>가 많은데, 여름 성출하기에 김천·경산 등 다른 지역 주산지와 경합하지 않기 위해 이를 선택하고 있다.
복숭아는 <경봉> <천홍> 등 과육이 단단하고 유통과정에서 쉽게 짓무르지 않는 품종이 인기다. 특히 청도지역에서는 감 생산량 증가 및 가격 하락 등으로 <반시> 생산농가들이 복숭아 재배에 관심을 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대조적으로 감·매실은 해마다 수요가 줄어 약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경산묘목조합에 따르면 지난해 한 그루에 3000~4000원에 거래되던 감·매실 접목묘는 올해 2000~3000원으로 하락했다.
이일권 경산묘목조합 전무는 “감은 단감과 떫은감 모두 생산량이 많아 시세가 낮게 형성되고 있으며, 매실은 식재면적이 넓어 수요가 적은 것 같다”고 밝혔다.
단일 묘목 거래시장으로 전국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충북 옥천군 이원면의 묘목시장 역시 3월 들어 서서히 기지개를 켜고 있지만 본격적인 장이 서지 않아 비교적 한산한 분위기다.
이곳 묘목 생산농가와 상인들에 따르면 지난 2~3년간 겨울철 냉해 피해가 없어 올해 농가로부터 출하되는 묘목 물량은 평년과 비슷한 수준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무엇보다 묘목값 하락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 지난해 사과와 배·복숭아 등의 소비지 값이 좋지 않은데다 포도의 경우 정부의 FTA 대책에 따른 폐원을 신청한 농가들이 많아 지난해보다 높게 형성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농촌 고령화와 일손 부족 등으로 생산량이 줄고 있는 접목묘는 올해도 강세를 이어나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덕규 국제농원 대표는 “틈새시장을 노린 과실수 묘목은 공급량이 부족해 지속적으로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전통 과수인 사과·배 등의 묘목은 지난해와 같은 수준을 보이면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했다.
경산=김용덕, 옥천=류호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