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날개 단 일본 수출=일본 농림수산성에 따르면 2015년 일본 농수산물 수출액은 7452억엔(약 7조8800억원)으로 2014년의 6117억엔보다 21.8% 늘었다. 2012년의 4497억엔에 견줘서는 65.7%나 성장하는 등 3년 연속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2013년 일본 전통 요리인 와쇼쿠(和食)가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으로 등록된 것을 계기로 해외의 일식당이 급증하면서 농수산물 수출이 탄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1년 전에 견줘 일반 술 수출은 40%, 청주는 21.8% 늘었다. 비교적 고가인 간장도 3만t 가까이 수출됐다. 비관세장벽이 속속 해제된 것도 호재로 작용했다. 지난해 9월에는 베트남에 사과, 12월에는 브라질에 와규(화우)를 각각 수출할 수 있게 됐다. 이밖에 물류업계의 신속한 배송 서비스, 엔화 약세, 일본 정부의 강력한 지원이 수출을 뒷받침했다.
성장세를 이끈 대표적인 농산물은 와규와 사과다. 와규는 1년 전보다 34.6%, 사과는 55% 증가하면서 각각 처음으로 100억엔을 넘어섰다. 수출이 활기를 보이자 아베 총리는 2020년으로 잡았던 1조엔 수출 목표 달성시기를 앞당기기로 했다. 이를 위해 ‘농림수산업 수출력 강화 작업반’은 올 5월쯤 ▲국제적 안전기준 대응 강화 ▲물류체계 정비 ▲맞춤형 상품개발을 뼈대로 한 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고전하는 한국=잘 나가는 일본과 달리 우리나라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해 농식품 수출액은 61억1000만달러(7조3500억원)로 1년 전에 견줘 1.2% 감소했다. 목표치인 77억달러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중국·미국·유럽연합(EU) 등지로의 수출은 늘었지만, 대일본 수출이 엔저 장기화와 반한 감정으로 11.3% 줄어든 탓이다. 품목별로는 막걸리(-16%), 화훼류(-30%)의 수출이 대폭 감소했다.
올 들어서도 사정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1~2월 농식품 수출액은 9억1100만달러로 잠정 집계돼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0.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선농산물은 1억5000만달러로 2.5% 증가했지만, 가공식품이 7억6100만달러로 0.8% 감소한 결과다.
국가별로는 수출이 계속 감소하고 있는 대일본 수출이 올해에도 감소세(-12.3%)를 이어가고 있는 것은 물론, 그동안 증가하던 대중국 수출마저 마이너스(-6.6%)로 돌아설 정도로 부진했다. 눈에 띄게 성장하던 조제분유(-35.3%)와 인삼류(-25.2%)의 수출이 크게 줄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런 추세대로라면 올해 수출액은 지난해와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목표(81억달러) 달성은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또 중장기 목표인 2017년 100억달러 달성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전망이 벌써 나온다.
이에 따라 한·일 자유무역협정(FTA)이 추진되면 일본으로의 국내 농산물 수출이 더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은 낙관만 할 수 없게 됐다. 예상을 깨고 일본의 농식품 공세가 우리를 향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김상영·서륜 기자 supply@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