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구용씨가 부식으로 삭아 부스러졌다고 주장하는 비닐을 보여주고 있다.
충남 당진에서 꽈리고추·백향과 등을 재배하는 이구용씨(53)는 지난해 황당한 경험을 했다. 이씨는 2014년 2월 단동하우스 5동 가운데 3동에 ㅇ업체의 0.08㎜ 장수필름을 새로 씌웠다.
그런데 2015년 6월경 문제가 발생했다. 2중하우스 천장 조리개와 맞닿은 부분의 외피비닐이 부식돼 터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미세하게 삭은 곳부터 작은 구멍이 생기더니 점차 커졌습니다. 찢어진 것과 다르게 부식된 비닐이 돌돌 말리면서 부스러졌어요. 초등학생인 딸아이와 밑으로 조각조각 떨어져 내린 비닐 부스러기를 주워내는 일도 벅찼다니까요. 9월쯤에는 하우스 전체가 성한 곳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이씨는 하우스가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없어 참깨·강낭콩 등을 재배하면서 생산업체에 이의를 제기했다. 하지만 돌아온 답변은 품질보증기간 1년이 지나서 책임질 수 없다는 말뿐이었다.
“우리 지역을 관할한다는 대리점주가 오더니 ‘하우스에 문제가 있다. 약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등등 이유를 달더라고요. 그리곤 품질보증기간이 지났는데 왜 불렀냐며 되레 나무라는 거예요. 황당했습니다. 이후에 본사 영업부 등과 몇차례 통화했지만 똑같은 답만 하더라고요.”
이씨는 비닐만 온전했으면 열대작물인 백향과의 언피해도 줄일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된다며 더 아쉬워했다. 하우스의 터진 곳을 새 비닐로 덧씌웠지만 지난해 말 갑작스러운 정전에 외부의 찬기운이 들어와 백향과가 모두 고사해버렸다.
그는 “일반적으로 비닐을 씌우면 최소 3~4년은 사용하는데 1년이 갓 지난 비닐이 부식된 것에 대해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농업인들은 누굴 믿고 농사를 지어야 합니까”라며 “이런 일을 당했을 때 하소연도 들어주고 해결책을 제시해줄 수 있는 곳이 하나는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항변했다.
이와 관련, ㅇ업체 관계자는 “비닐은 여러 환경적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이씨의 경우 부식이 원인이라는 분명한 근거도 없을 뿐만 아니라 품질보증기간이 경과한 만큼 회사가 책임질 사안은 없다”고 해명했다.
당진=이승인 기자 silee@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