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2015년 일본의 사료용 쌀 생산량은 42만1000t으로 2013년의 11만5000t에 견줘 3.7배 늘었다<표 참조>. 정부가 2014년부터 전략작목 재배농가에 지급하는 직불금을 확대한 게 주효했다. 전략작목은 수입곡물을 대체할 제분용·사료용·주정용 쌀과 수출 전용 쌀을 말한다. 2015년 전략작목 생산량의 92%를 사료용 쌀이 차지했다. 사료용 쌀 가능성을 엿본 일본 농림수산성은 지난해 11월 ‘제4차 식료·농업·농촌 기본계획’에 2025년 사료용 쌀 생산 목표를 2013년의 10배인 110만t으로 설정했다. 110만t은 일본 국민의 두달치 밥쌀 소비량이다.
일본이 사료용 쌀에 주목하는 이유는 논의 형상을 유지하면서 쌀 공급과잉 구조를 해결할 뾰족한 방안이 없기 때문이다. 일본은 연간 공급과잉이 수십만t씩 발생하는 상황에서 TPP 타결로 미국·호주쌀을 더 구매해야 할 처지에 직면했다. 이런 상황을 예단한 아베 정부는 2013년 TPP 참여 선언 직후 농정개혁 로드맵(중장기계획)이 담긴 ‘일본재흥전략’을 수립했다. 논을 활용한 전략작목 육성대책이 핵심이다. 이에 맞춰 일본 농림수산성은 논에 쌀 대신 사료용 쌀이나 제분용 쌀을 생산하는 농가의 직불금을 확대하는 ‘논 활용 직접지불교부금제도’를 도입, 2014년 시행에 들어갔다. 10a(300평)당 수확량이 380㎏ 이하면 5만5000엔을, 680㎏을 넘기면 10만5000엔을 지급하는 식이다. 사료용 쌀 재배농가는 이외에도 10a당 이모작 지원금 1만5000엔, 산지교부금 1만2000엔을 추가로 받을 수 있다.
관건은 예산이다. 지난해 사료용 쌀 생산에 투입된 예산은 638억엔으로 알려졌다. 2025년 110만t 목표를 위해서는 1660억엔이 소요될 것으로 일본 재무성은 추산했다. 일본정부는 부족한 예산을 연간 1500억~3000억엔씩 지급되던 쌀 직불금으로 충당한다는 구상 아래 2년 전부터 직불제에 칼을 댔다. 2014년 쌀 변동직불제를 폐지했고, 고정직불금 단가도 10a당 1만5000엔에서 7500엔으로 낮췄다. 고정직불제는 2018년부터 없애기로 했다. 다만 농지의 다원적 기능을 보전하는 차원에서 ‘농지유지직불제’을 신설했다. 직불금은 농지의 형상에 따라 10a당 논 3000엔, 밭 2000엔, 초지 250엔으로 차등 지급된다.
입법조사처는 우리나라 쌀 수급문제 해결방안으로 일본의 사료용 쌀 재배 정책을 참고할 것을 제안했다. 또 선행 과제로 ▲다수확 품종 개발 ▲생산과 소비 연계망 구축 ▲주식용 둔갑 방지 ▲축종별 사료급여기술 개발을 제시했다. 배민식 입법조사처 경제산업조사실 입법조사관은 “수입곡물을 대체하는 일본의 전략작목 정책은 쌀 재배농가의 수익 보완과 논 형상 유지, 곡물자급률 향상이란 여러 장점이 있다”며 “우리도 묵은쌀을 통해 쌀 사료화 조치의 첫발을 뗀 만큼 사료용 쌀 이용을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축산정책의 일환으로 추진하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상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