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넘치는 재고, 가격폭락=3월28일 충남 예산능금농협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 저온저장고. 저장고마다 지난해 수매해 저장해둔 사과가 가득 차 있다. 이곳 저온저장고에 쌓여 있는 사과는 18㎏ 컨테이너 상자로 9만개. 예년 이맘때보다 4만상자가 더 남아 있다.
지난해 상자당 3만7000원 선에서 수매한 사과값이 최근 가락시장에서 2만4000원대까지 폭락해 출하를 멈춰야 할 상황이지만 7월까지는 어떻게든 재고를 소진해야 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출하에 나서고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박주석 예산능금농협 산지유통센터장은 “사과 주산지가 전국으로 확산되고 지난해 날씨가 너무 좋아 생산량이 큰 폭으로 늘었다”며 “사과 판매를 위해 백방으로 뛰고 있지만 소비가 워낙 부진해 돌파구를 찾기가 쉽지 않아 2월부터는 값은 좋지 않지만 캄보디아에 수출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과 주산지마다 넘치는 재고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해 태풍 한번 없는 날씨가 이어지고, 재배지가 확대되면서 생산량이 큰 폭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사과 생산량은 58만2845t으로 최근 5년 중 가장 많았다. 국내 사과 생산량은 2011년 38만t을 기록한 뒤 증가 추세를 보이다가 지난해 최대치를 기록했다. 2월 말 현재 사과 재고는 11만5800t으로 전년(9만5700t)보다 21% 많다.
만만찮은 재고량에 사과값도 큰 폭의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올 3월1일부터 30일까지 사과 15㎏ 기준 <부사> 상품 가격은 2만43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만9300원 떨어졌다. 최근 5년 동안 3월 평균가격(4만7900원)보다는 2만3600원 낮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저장사과가 한창 소비돼야 할 1~2월 외국산 과일 수입은 큰 폭으로 증가해 사과 소비에 찬물을 끼얹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1~2월 오렌지 수입량은 총 1만6040t으로 전년 같은 기간에 견줘 7355t이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바나나 수입량 역시 5만3306t을 기록해 전년 같은 기간보다 3395t 많았으며, 망고 수입량 역시 1638t으로 411t이 증가했다.
◆대대적인 소비촉진 운동 필요=산지 관계자들은 현재로선 소비 확대 외에는 뾰족한 돌파구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하소연한다.
값을 시중가보다 낮춰 공급해도 워낙 소비가 안돼 재고물량 처리가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할인판매 행사도 물량을 크게 늘려야만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산지농협의 한 관계자는 “정부의 판촉행사 물량이 특정지역에 몰려 있고 물량이 너무 적어 소비진작 효과를 크게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반짝 홍보로는 저장량 해소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3월31일부터 농협 하나로마트와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에서 총 1500t의 사과를 시중가격보다 싸게 할인판매한다고 밝혔지만 판매물량이 저장량에 비해 너무 미미해 재고 해소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농가들의 설명이다.
경북도 내 한 산지 관계자는 “지난해산 사과 재고도 문제지만 경기·강원 등 사과 재배지가 크게 늘고 있는 것이 더 큰 문제”이라며 “적정 사과 생산을 위한 농가들의 자구노력과 함께 재고량 소진을 위해 정부가 수매조치 등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성홍기·이현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