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 안성의 배 재배농가가 화상병을 예방하기 위해 농약을 과수원에 살포하고 있다.
경기 안성시 서운면에서 배농사를 짓는 이인동씨(53)는 요즘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지난해 이웃 농가에서 발생한 화상병으로 자신도 배나무 20여그루를 땅에 묻었기 때문이다. 이씨는 “주변에서 올해는 큰 피해가 없을 거라곤 하지만 마음을 비우고 있다”며 답답해했다.
본격적인 영농철을 맞아 화상병을 비롯한 외래 병해충이 극성을 부릴 조짐을 보이면서 과수 농가들은 벌써부터 크게 긴장하고 있다.
사과 재배농가 이대선씨(57·충북 제천시 한수면)는 “올핸 농촌진흥청의 지도에 따라 전정가위 소독은 물론 밀수입 꽃가루 사용금지 원칙 등을 철저히 지키고 있다”면서도 “별다른 약이 없고 전파속도도 빠르다고 해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고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화상병은 지난해 처음 발생해 전국 68농가에서 59.9㏊의 사과·배 과수원을 폐원하거나 과수를 굴취 또는 매몰해 사회·경제적으로 큰 손실을 초래했다.
화상병 비발생 지역도 마찬가지. 전남 나주배원예농협 관계자는 “전남은 아직 화상병이 발생하지 않아 예방에 주력하고 있다”면서도 “과수 농가들은 하나같이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박동구 농진청 재해대응과장은 “화상병 의심 증상이 나타나면 가까운 농업기술센터에 신고해 미리 대처할 수 있도록 농업인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를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갈색날개매미충·복숭아씨살이좀벌·꽃매미 등에 대한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농진청에 따르면 지난겨울 기온이 예년과 비슷했고 기후변화가 심했던 만큼 이들 외래 해충의 발생이 많아질 전망이다. 이들 해충은 농작물의 양분을 빨아먹고 많은 배설물을 배출해 과수의 성장이나 상품성을 떨어뜨린다.
단감 재배농가인 김종출씨(62·경남 창원)는 “갈색날개매미충의 피해가 해마다 늘고 있어 걱정”이라면서 “올해도 갈색날개매미충이 부화한 뒤인 5월 중하순과 6월 상순에 2~3회 방제 계획을 세워놓았지만 피해를 막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최용석 충남도농업기술원 연구사는 “올해는 꽃매미알의 발견 지역이 충남 지역을 넘어 전국으로 확대될 우려가 높다”며 농가 주의를 당부했다.
전국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