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벼 무논점파 때에는 1~2㎜로 싹 틔운 볍씨를 파종기로 5~7립씩 뿌린다.
◆성공포인트=농진청이 분석한 성공요인으로는 ‘매뉴얼 준수’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농진청 국립식량과학원이 보급한 ‘벼 무논점파 재배 매뉴얼’을 충실히 따른 농가는 성공률이 그만큼 높았다는 뜻이다. 여기서 매뉴얼이란 로터리와 균평작업(써레질), 물관리, 제초제 적기 사용 등을 뜻한다.
강원 강릉시 연곡면의 농가는 잡초성벼(앵미) 발생을 줄이기 위해 경작지를 옮겨가며 재배하거나 1년에 한번씩 이앙재배로 재배법을 바꾼 것을 무논점파 성공비결로 꼽았다. 강원 철원군 갈말읍·동송읍에서 무논점파를 실시한 농가들은 점질토에서 물이 부족하거나 넘치지 않게 제때 물을 대고 떼면서 성공했다고 밝혔다. 충북 진천군 진천읍 농가들은 단지가 조직화돼 논고르기(정지)·종자소독·볍씨 발아·파종 등을 분업해 단계별로 정밀하게 작업했고, 단지 대표가 논을 일일이 돌며 문제점을 조기에 발견하고 빠르게 대처한 것을 성공비결로 꼽았다. 충남 금산군 남일면과 서천군 기산면의 농가는 철분코팅한 볍씨를 파종해 입모율을 높이고 조류피해를 줄였다.
전문가들도 매뉴얼에서 강조하는 균평작업·물관리·잡초관리를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기준으로 강조했다.
2008년부터 무논점파 기술을 전국에 보급하고 있는 한희석 농진청 국립식량과학원 기술지원과 연구사는 “토양에 따라 파종 전 물을 대는 기간이나 파종 후 물을 떼는 기간이 달라질 수 있다”면서 “논을 두부 굳기 정도로 잘 굳히는 게 중요한데, 판단이 서지 않는다면 농진청이나 농업기술센터에 문의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전국의 지역농협 곳곳에 벼 직파재배를 정착시킨 정정수 농협중앙회 자재2사업단장은 “논고르기 작업이 파종·발아·입모·물관리 등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면서 “파종 전 균평작업을 확실히 해줘야 잡초방제를 제대로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 단장은 또 “직파한 벼를 수확한 후 보리·밀 등 동계작물을 이모작하면 땅에 떨어졌던 벼 알곡이 깊이 들어가면서 잡초성벼 발생을 대폭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실패사례는=전남 함평군 해보면에서 3㏊ 규모로 무논점파를 실시한 한 농가는 조류피해가 심해 적정 입모율을 확보할 수 없었다. 또 산간지역이라 농업용수 확보가 원활하지 않아 물관리를 정밀하게 못한 점도 실패의 원인으로 지적됐다. 결국 이 농가는 기계이앙으로 뒤늦게 모내기를 할 수밖에 없었다.
충북 진천군 이월면의 한 농가는 싹이 트지 않은 볍씨를 파종하는 바람에 적정 입모 수가 확보되지 못했고, 파종 전 논을 제대로 굳히지 않아 발아율이 떨어졌다. 또 다른 농가는 볍씨 싹 길이가 1~2㎜가 아닌 5㎜ 정도로 길어 파종 자체가 곤란했다.
경북 경주시 강동면에서 10㏊ 규모의 논에 볍씨를 무논점파한 농가는 재배기술을 단계별로 정밀하게 작업하기 어려워 입모와 잡초방제에 실패했다. 이 농가는 “3㏊ 정도가 관리하기 용이할 것”이라면서 어려움을 호소했다.
경기 화성시 비봉면과 평택시 고덕면에서는 볍씨에 코팅한 철분이 제대로 응고되지 않아 파종할 때 볍씨가 철분가루에 막혀 뜬모(결주)가 생기거나 입모율이 낮아지기도 했다. 일부 간척지에서는 파종 전후 비가 오지 않아 토양과 농업용수의 염농도가 올라가면서 벼가 염해를 입어 초기 생육이 좋지 않거나 말라 죽는 사례도 있었다. 국립식량과학원 기술지원과 ☎063-238-5361.
김인경 기자 why@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