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소 재배축소 의향 높아=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최근 내놓은 ‘시장 개방 확대에 대응한 밭농업 경쟁력 제고 방안 연구’ 보고서를 보면 밭농사의 미래는 암울 그 자체다. 농경연이 밭작물 재배농가 1027가구를 대상으로 향후 밭작물 재배의향을 조사한 결과 축소계획이 28.1%로, 확대계획(8.5%)을 크게 앞지른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현재 규모에서 30% 이상 축소할 것이라는 응답이 전체 축소 응답자의 64.7%(187가구)를 차지할 정도로 감축 의향이 상당했다.
재배규모를 축소하고자 하는 품목으로는 채소가 전체의 42.5%로, 가장 비중이 높았다. 이 가운데 상위 품목은 고추(14.1%)·양파(5.8%)·마늘(5.6%) 같은 양념채소류가 차지했다. 중국 수입비중이 가장 큰 이들 품목의 생산비는 2013년 기준으로 중국에 견줘 적게는 1.9배, 많게는 4.4배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과거보다 생산비 격차가 줄긴 했지만 아직 중국보다 가격경쟁력이 약한 상황에서 규모마저 축소되면 국산 농산물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것으로 우려된다.
◆노동력 부족이 큰 원인=실제 고추·마늘·양파의 노동투입시간과 노동비 부담이 다른 작물보다 여전히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2014년 기준 10α당 노동투입시간은 논벼에 견줘 고추는 13.6배, 마늘은 10.6배, 양파는 8.5배나 많다. 노동비는 논벼가 23.3%인 반면 고추 68%, 마늘 55.5%, 양파 54.5%로, 2~3배가량 차이가 난다. 이런 여건은 재배의향에도 그대로 반영돼 재배면적 축소계획의 가장 큰 원인으로 노동력 부족(56%)이 손꼽혔다.
반면 기계화율은 더디기만 하다. 밭농업의 기계화율은 56.3%로, 논벼 기계화율(97.8%)보다 낮다. 특히 파종·이식 단계와 수확 단계의 기계화율은 각각 5%, 13.3%에 불과하다. 경작 규모도 0.1㏊ 미만의 소규모가 주를 이루고 있다. 고추는 51만9419농가 가운데 64.7%인 33만6056농가가 소규모 재배를 하고, 1㏊ 이상 대규모 재배 농가는 전체의 0.5%(2496농가)에 불과한 실정이다.
◆대책은=밭농업 경쟁력을 높이는 데 필요한 정책과제를 묻는 질문에 농가들은 노동력 공급 원활화, 농산물 생산량 조절을 통한 가격 안정, 고품질 품종 및 생산기술 개발 등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특히 응답자들은 낮은 가격 문제를 타개하려면 생산량 조절과 고품질 품종 및 생산기술 개발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홍상 농경연 선임연구위원은 “노동력 부족과 낮은 농산물 가격을 해결할 수 있는 정책 수립·시행이 필요하며 미래성장산업으로 밭농업을 육성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성이 있다”면서 “특히 농업 인력 고령화와 농번기 일손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밭농업 기계화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김동환 농식품신유통연구원장은 “일본의 사례처럼 가격 안정제도를 단순히 소비자 위주의 가격 안정으로 한정할 것이 아니라 생산안정·진흥 차원으로 확대해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동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