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적인 백신 접종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구제역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지나친 백신 만능론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백신 접종이 필수적인 것은 맞지만, 구제역 청정화로 직결되지 않는 만큼 차단방역과 역학조사 강화 등 보다 철저한 대책이 강구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의견은 21일 경기 이천에서 열린 ‘2016 수의양돈포럼’에서도 중요한 관심사로 떠올랐다.
충남 예산에서 돼지농장을 운영하는 한병우 양돈수의사는 “구제역 백신을 접종해도 눈에 띄지 않는 전파가 이뤄지는데, 소에게 연중 2회 백신접종을 하는 이스라엘의 경우 여러 차례에 걸친 백신접종으로 인해 면역력이 떨어진 결과 2011년 구제역이 55건이나 발생했다”고 밝혔다.
구제역 백신접종의 목적은 ▲구제역 예방과 발생빈도 감소 ▲감염된 동물의 바이러스 생산 예방 및 방지 ▲구제역 발생 때 살처분 마릿수 감소 등 3가지에 있는 만큼 백신접종만으로 구제역 사태가 해결될 것으로 맹신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또한 분자생물학과 통계학 등 첨단과학을 적극 활용해 역학조사의 정확성과 신뢰도를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를 통해 바이러스 상재 농장을 색출하고, 구제역 발생 때에도 지자체 단위보다는 역학조사에 근거한 철저한 이동제한거리 설정 등을 주문했다.
최근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NSP(비구조단백질·과거 감염경력 확인) 항체 발견과 관련해서도, 발생농장에서 분리된 바이러스의 근원과 유입경로가 불확실한 경우 분자역학적 방법을 통해 국소적 발생에 그쳤음이 확인되면 주변 지역의 살처분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축산 전문가들도 의견을 같이했다. 한 수의 전문가는 “가축질병 백신 가운데 구제역과 광견병 등 두 종류만이 소와 돼지에게 공통적으로 쓰이는데, 두 백신 모두 돼지에게 면역효과가 낮고 백신의 장기 접종에 따른 효과 저하도 우려되고 있다”면서 “그럼에도 구제역 재발을 막으려면 차단방역과 함께 철저한 2회 접종을 통해 돼지의 면역력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일부에서는 접종일령을 앞당겨 어미돼지로부터 받은 면역력이 일부 남아 있을 때 1차 접종을 마치도록 하는 방안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이천=류수연 기자 capa74@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