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잡곡의 인기 거품이 꺼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슈퍼푸드’로까지 불리며 대단한 영양학적 가치와 심지어 기능성까지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지만, 국산 토종 잡곡에 비해 오히려 영양성분 함량 등이 떨어지는 것(본지 2015년 7월31일자 1면 보도)으로 속속 밝혀지면서다.
수입잡곡의 국내 반입량 증가는 폭발적인 수준이었다. 관세청에 따르면 렌즈콩은 2013년 366t에서 2014년 1만2196t으로 33배 증가했다. 이집트콩도 같은 기간 308t에서 1486t으로 5배 가까이 늘었다. ‘신이 내린 곡물’로까지 불린 퀴노아도 12.3t에서 9배 증가한 111.1t을 기록했다.
한 유명 가수가 블로그에 렌즈콩 요리법을 올리면서 수입잡곡의 인기는 시작됐다. 이에 편승한 일부 홈쇼핑 업체는 수입잡곡의 영양성분 함량이 국산잡곡보다 높은 것인 양 소비자들을 현혹했고, 건강 기능성 효과까지 있는 듯한 내용의 광고가 나가면서 수입잡곡의 인기는 그야말로 하늘을 찔렀다.
하지만 국산잡곡이 더 우수하다는 연구 결과가 알려지면서 수입잡곡의 인기는 꺾이기 시작했다. 한국식품과학연구원의 ‘곡류별 영양성분 분석표’에 따르면 렌즈콩의 단백질 함량은 22.4%로 서리태(33.2%), 약콩(34.8%), 백태(34.2%)보다 10%포인트 이상 낮았다. ‘단백질이 풍부한 다이어트 음식’이라던 렌즈콩의 광고 문구가 무색할 정도다.
비만이나 다이어트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성분인 탄수화물은 수입잡곡이 오히려 국산보다 높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서리태의 탄수화물 함량은 30.5%로 미국 농무부(USDA)가 밝힌 렌즈콩(64.1%), 병아리콩(60.6%)의 절반 수준이다. ‘다이어트에 효과가 있다’는 식의 홍보를 일삼던 수입잡곡의 민낯이 드러난 셈이다.
이처럼 수입잡곡의 실체가 밝혀지면서 수입량은 급감하고 있다. 렌즈콩의 2015년 수입량은 2014년에 견줘 69% 급감한 3756t을 기록했다. 올해 4월 말까지 수입량은 1554t이며, 연간 기준으로는 4600t 정도가 예상된다.
이집트콩은 지난해까지 수입량이 증가했으나 올 들어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4월 말 현재 194.5t을 들여와 올해 총 수입량은 580여t으로 전망된다. 이는 지난해 수입량(2309t)의 4분의 1 수준이다. 퀴노아도 현재 추세라면 올해 수입량이 20t을 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수입량(186t)보다 훨씬 적다.
조영제 (사)한국국산콩생산자연합회 회장은 “그동안 과대 광고로 인해 소비자에게는 잡곡 선택 때 큰 혼란을 초래했고, 농가는 농가대로 피해를 봤다”며 “잡곡 수입이 줄었다고 안심할 것이 아니라 국산잡곡의 우수성을 정부와 단체 등이 적극 홍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륜 기자 seolyoon@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