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지역 마늘 수확작업이 본격화한 가운데 17일 대정읍 일과리에서 농민들이 마늘을 캐내고 있다.
◆제주·전남, 작황 기대 못 미쳐=17일 수확작업이 본격화된 제주 서귀포시 대정지역의 농가들과 농협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올해 작황이 기대보다 못하다는 반응이다.
생육 초기 작황은 양호했지만 알뿌리가 굵어지는 4~5월 잦은 비에다 저온현상 등으로 벌마늘(마늘쪽이 잘게 나뉘어 벌어진 마늘)이 많아지고 크기도 작아 수량이 줄었다는 것이다. 알뿌리가 굵은 상품 비중이 줄면서 중·하품 비중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제주농협 관계자는 “난지형 마늘 주산지인 제주는 국내 전체 마늘 생산량의 15% 안팎을 차지하며, 맨 처음 출하돼 국내 마늘시장의 향방을 가늠할 수 있는 관심 집중 지역”이라며 “제주에서도 전체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대정지역 농가들과 대정농협 유통사업소 등 관계자 얘기를 종합하면 올해 마늘 작황이 평년작 이하로 부진하다”고 설명했다.
제주와 거의 동시에 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고흥지역 상황도 비슷하다. 김광태 녹동농협 과장대리는 “생육기 날씨가 좋아 품질이 좋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비가 많이 내린 탓인지 주대만 크고 마늘구는 대체로 작다는 농가들이 많다”며 “전반적으로 품질이 지난해보다 못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제주나 고흥지역과 달리 25일경 수확이 시작될 것으로 보이는 경남 최대 마늘 주산지인 창녕지역 작황은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표 창녕 이방농협 상무는 “일부 포장에서 잎마름병이 보이기는 하지만 마늘 작황은 양호한 편이어서 수량 감축요인이 없을 것으로 본다”면서 “다만 올해는 구가 크는 속도가 예년만 못해 수확시기는 예년보다 1주일가량 늦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산지거래 활발=지난해산 마늘 생산량 감소로 마늘가격이 높게 유지되면서 산지 밭떼기 거래는 그 어느 해보다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제주 대정·안덕·한경·고산 등 서부지역의 경우 포전거래가 평년엔 20~30%에 그쳤으나 올해는 60% 정도 거래가 끝난 것으로 파악된다. 가격도 1평당 1만7000원에서 2만원까지 형성돼 평년보다 40% 정도 높다.
특히 17일 제주지역 11개 마늘 주산지 농협으로 구성된 제주마늘협의회가 농가와 계약재배한 마늘의 수매단가를 1㎏당 4200원으로 결정하면서 산지 시세는 오름세다.
19일 제주 산지에서 만난 임영범씨(60·대정읍 보성리)는 “농협 수매가가 기준가격으로 변하면서 상인들이 뒤늦게 포전거래에 나서고 있고, 가격도 수확 후 상품 인도 기준 수매가보다 200원 높은 4400원에 사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김광태 녹동농협 과장대리도 “재고 부족으로 값이 좋고, 수확기 일손부족을 우려한 농가들이 포전거래를 선호해 고흥지역도 80% 정도를 산지유통인들이 싹쓸이했다”면서 “값은 지난해 1평당 1만~1만2000원에서 올해는 1만2000~1만4500원까지 뛰었다”고 설명했다.
농협과의 계약재배가 대부분이어서 상대적으로 포전거래가 미미한 창녕지역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4월 초 1평당 1만4000~1만5000원 선에서 거래되던 마늘 포전거래 가격은 5월 초엔 1만9000원 내외, 5월 셋째주엔 2만2000원까지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수급 전망=계속된 마늘값 하락 영향으로 2015년도엔 전국 재배면적이 2만638㏊로 전년(2만5062㏊)보다 17.7% 감소했다. 생산량도 평년(32만9000t)보다 12%나 줄어든 26만6000여t에 그치면서 지난해산 마늘값은 수확기 이후 높은 가격을 유지했다. 국내 수요량 38만9000t에 평년 수입량(6만t), 이월량 등을 감안할 경우 수요량 대비 공급량이 지난해산(6월~이듬해 5월)은 6만4000t이 부족한 때문이다.
올해 재배면적은 2만758㏊로 지난해보다 0.6% 증가했다. 예상 생산량은 29만t으로 3만3000t이 부족할 전망이다. 그러나 이는 평년작 및 지난해보다 작황이 좋을 것을 전제로 한 예상 생산량이다. 최근 생육 후기 고온 등의 영향으로 급격히 작황이 나빠진 고흥 등지와 제주지역 상황을 고려할 때 변수는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제주=장수옥 기자, 성홍기 기자 hgsung@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