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곡물조달시스템 구축이 지지부진한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엘니뇨 등 기상이변으로 국제 곡물가격이 들썩이는 상황이라 적기를 놓쳤다는 비판과 함께, 이제라도 시스템 구축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국제 곡물가격은 4월부터 대두와 옥수수 가격이 급등하면서 심상치 않은 흐름을 보이고 있다. 특히 대두는 연초 지난해보다 약세로 출발했으나, 20일 현재 시카고선물거래소에서 거래된 1t당 가격이 394.69달러로 지난해 같은 날(344.8달러)보다 50달러나 높다.
엘니뇨로 세계 곳곳에서 가뭄·홍수가 빈발하는 것이 곡물값 급등세의 주요인이다. 남미 아르헨티나의 홍수 발생으로 대두 생산량이 급감했고,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100년 만의 최악의 가뭄으로 옥수수 생산량이 크게 줄었다. 동남아에서도 가뭄으로 곡물 생산량이 소폭 감소했다. 엘니뇨에 이어 라니냐로 인한 기상이변도 우려돼 당분간 국제 곡물수급이 불안정할 것이란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해외 곡물을 안정적으로 도입하는 정부의 국가곡물조달시스템 구축은 사실상 중단돼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2011~2013년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주도로 외국의 곡물 메이저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곡물조달시스템 구축을 추진했으나, 성급한 추진 탓에 성과 없이 좌초했다.
이에 2013년 정부가 국가곡물조달시스템 구축 방안을 원점에서 재검토했고, 러시아 연해주와 인도네시아에서 생산된 곡물을 국내로 반입하는 방안에 대한 예비 타당성 조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지난해 말 발표 예정이던 한국개발연구원(KDI)의 타당성 조사 결과 발표가 차일피일 미뤄져 새로운 국가곡물조달시스템 구축시기를 가늠할 수 없게 됐다.
국가곡물조달시스템 구축 지연으로 곡물자주율 목표 달성도 힘들어졌다. 정부는 2011년 국가곡물조달시스템 등을 통해 해외로부터 조달하는 식량도 자급률 범주에 넣어야 한다며 ‘곡물자주율’ 개념을 도입했고, 2015년 55%, 2020년 65%라는 목표를 설정했다. 하지만 곡물자주율은 2010년 27.1%이던 것이 지난해 25%로 떨어져 2020년 65% 달성이 사실상 어려울 전망이다.
농민단체 관계자들은 “국가곡물조달시스템 구축이 국정과제임에도 지지부진한 것은 큰 문제”라고 비판하고 있다.
김종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일시적인 급등세가 있기는 하지만 최근처럼 곡물가격이 그나마 안정적일 때가 국가곡물조달시스템 구축 적기”라고 말했다.
남우균 기자 wknam@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