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지 쌀시장이 심상찮다. 정부가 추가격리를 단행했음에도 일선농협 창고에는 원료곡(벼)이 지난해보다 10% 이상 많이 쌓였고, 쌀값은 최근 5년 중 최저치로 떨어졌다. 여름철 쌀값이 전년도 수확기보다 높게 형성되는 단경기 특수는커녕 벌써부터 올해 수확기 쌀값을 걱정해야 할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5월 평균 산지 쌀값은 80㎏들이 한가마에 14만3892원으로 4월의 14만4237원에 견줘 345원 떨어졌다. 산지 쌀값이 14만3000원대로 주저앉은 것은 2011년 2월 이후 5년 3개월 만이다. 이는 지난해 생산량 증가로 미곡종합처리장(RPC)을 비롯한 농협이 적정 수준을 넘는 재고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4월 말 기준 산지 농협의 쌀 재고는 86만1000t으로 1년 전의 76만7000t에 견줘 9만4000t(12.3%) 많다. 지난해와 올해 단행된 추가격리를 제외하면 실제는 4만9000t 늘어났다는 게 농협의 설명이다. 또 4월까지 쌀 판매량은 58만3000t으로 지난해의 50만6000t보다 7만7000t(15.2%) 증가했다. 농협으로선 지난해보다 쌀을 더 많이 팔았는데도 재고가 늘어난 셈이다.
충남지역 농협RPC 관계자는 “지난해 벼 품질이 워낙 좋아 도정수율(벼를 빻아 쌀이 되는 비율)이 높게 나오는 등 시중 유통물량이 정부 집계치보다 많다는 게 현장의 대체적인 시각”이라며 “정부가 잉여 유통물량을 추가격리를 통해 흡수했음에도 재고 문제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농협은 이런 추세가 계속되면 햅쌀이 쏟아져 나오는 10월에도 2015년산 재고가 상당량 남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양곡 소비가 햅쌀로 바뀌는 추석이 지난해보다 열흘 이상 빨라 재고 문제가 더 심각할 수 있다는 게 농협의 판단이다. 이에 따라 농협은 5월30일 농협유통 하나로마트 서울 양재점에서 ‘농협쌀 판매확대 출정식’을 갖고 쌀 판매 확대에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재고가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지나친 할인경쟁을 자제하도록 지도활동을 펼치고 있다”면서도 “쌀 소비 감소 추세가 예상보다 심각해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라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단경기 쌀값과 재고량이 수확기 햅쌀 가격 형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2010년 쌀 생산량은 2009년보다 62만t이나 줄었지만, 그해 수확기 가격은 2000년대 들어 가장 낮은 13만7000원 수준으로 폭락했다. 대풍을 기록했던 2009년산 재고가 2010년 수확기에도 영향을 미친 탓이다.
양곡업계 관계자는 “수확기까지 재고를 털어내지 못한 산지 유통업체는 햇벼 매입을 줄이는 게 일반적인 추세”라며 “올해도 자칫 2010년과 비슷한 상황이 빚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남우균·김상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