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버섯 폐상배지를 폐기물로 취급하다니 그럼, 양송이 농사를 포기하라는 얘긴가요.”
충남 부여군 석성·초촌면의 양송이 재배농가들이 폐상배지 처리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 지역은 양송이 재배농가 수가 400농가에 달할 만큼 국내 최대 주산지로 손꼽히는 곳이다.
이곳 농가들은 지금까지 볏짚에다 계분·논흙·요소·석회 등을 혼합해 만든 배지에서 양송이를 재배한 후 나온 폐상배지는 논밭의 퇴비로 활용해왔다.
하지만 최근 부여군에서 농가들에게 양송이 폐상배지는 법적으로 폐기물이라고 알리면서 상황이 돌변했다. 다시 말해 종전처럼 폐상배지를 퇴비로 사용하는 것에 행정당국이 법의 잣대를 들이댈 경우 대다수의 농가들이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현행 폐기물관리법에는 폐기물을 수집·운반·보관하는 것 자체도 까다로운 기준을 준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양송이 재배농가 조양현씨(동부여농협 이사)는 “폐상배지가 경종농가들로부터 인기를 얻어 5t 트럭 1차당 6만원씩에 팔려나갈 정도였다”면서 “그런데 하루아침에 폐상배지를 폐기물로 취급해 무단사용을 규제한다면 우리는 어떻게 하라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부여군의 관계자는 “버섯 폐상배지에 대한 민원이 들어와 관계부처인 환경부에 질의를 했다”며 “환경부에서 양송이 폐상배지는 사업장 폐기물이라고 유권해석을 내린 데 따른 것일 뿐 부여군이 자체적으로 폐기물이라고 결정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이처럼 양송이 폐상배지가 갑자기 폐기물로 전락하자 농가들은 난데없는 된서리를 맞은 처지가 됐다. 이곳 농가들은 농가당 평균 양송이 재배사 4개동(1개동에 50평 정도)을 운영하는데, 1개동에서 1주기(약 3개월)에 10t가량의 폐상배지가 나오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권범 부여군양송이생산자연합회장은 “농가마다 폐상배지를 임시방편으로 마당에 야적해놓고 있지만 곧 물량이 넘치게 될 것”이라며 “야적한 폐상배지가 재배사에 새로 들어갈 입상배지를 오염시킬 수 있어 걱정이 태산”이라고 말했다.
양송이 재배농가 홍귀선씨(65·석성면 증산리)도 “폐상배지를 종전처럼 퇴비로 자유롭게 쓸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부여군은 폐상배지를 처리하는 폐기물종합처리장을 만들어 양송이 농가의 어려움을 해소해주겠다고 밝히고 농가들을 설득하고 있다. 그러나 농가들은 폐기물종합처리장이 양송이 폐상배지를 처리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제지공장 폐기물과 하수슬러지 등 산업폐기물을 취급하는데 관심을 둘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부여=김광동 기자 kimgd@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