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림축산식품부는 최근 농식품부를 방문한 조나단 코든 미국 농무부 차관보에게 ‘수입쌀을 사료용으로 사용할 계획’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몇개월 전에는 주한미국대사관에도 동일한 입장을 알렸다고 덧붙였다. 우리의 이 같은 입장에 대해 미국은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적으로도 수입쌀의 사료용 사용 방안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이동필 농식품부 장관은 22일 열린 통상 분야 오피니언 리더 조찬 간담회에서 “국산쌀 재고 증가 등의 사정으로 국산쌀에 이어 수입쌀도 사료용으로 사용할 것임을 (관련국에) 통보·협의했다”고 밝혔다.
최근 들어 수입쌀도 사료용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왔다(본지 2016년 6월3일자 1면 보도). 2월부터 국내산 쌀(9만9000t)을 사료용으로 공급할 정도로 정부 재고가 심각한데 수입쌀을 사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주장이다.
정부가 수입쌀을 사료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근거는 지난해 관세화 전환으로 외국산 쌀의 용도 규정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즉 수입된 쌀을 우리가 어떤 용도로 사용하든 수출국이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는 게 농식품부의 판단이다. 그럼에도 농식품부가 진작에 수입쌀을 사료용으로 사용하지 못한 이유는 관세화로 전환되기 이전에 수입된 쌀에 대해서는 논란의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2004년 쌀 재협상 당시 협정문에 ‘수입쌀에 대해 국내 시장 유통 패턴을 반영해야 한다(recent distribute pattern)’는 규정이 있다. 이 규정은 쉽게 말해 국산쌀과 수입쌀의 유통을 동일하게 해야 한다는 것으로, 국산쌀을 사료용으로 사용하지 않는 이상 수입쌀도 사료용으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쌀 관세율 검증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농식품부가 논란의 소지를 무시하고 수입쌀을 사료용으로 사용하기에는 부담이 없지 않았을 것으로 분석된다. 2003년 관세화로 전환한 대만도 당초 수입쌀을 사료용이나 식량원조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양허표 수정안을 제출했으나, 관세율 검증 과정에서 이러한 내용이 반영되지 않은 전례가 있다.
하지만 2012년산 국내산 쌀을 사료용으로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관세화 이전에 도입된 수입쌀(2012~2014년산 등)도 사료용 사용이 가능해진 것으로 농식품부는 판단하고 있다.
수입쌀이 실제 사료용으로 공급되면 국내 쌀 수급상황이 조금이나마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보유한 수입쌀은 약 46만t으로 정부 재고(178만t)의 25%에 달한다. 또한 ‘사람 먹는 쌀을 가축에게 준다’는 정서적인 거부감도 국산쌀을 사료용으로 이용할 때보다 덜할 것으로 전망된다.
서륜 기자 seolyoon@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