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뜩이나 어려움에 처한 화훼산업이 여러 악재가 겹쳐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화훼 소비 감소가 예상되는데다 7월에 한·콜롬비아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로 콜롬비아산 꽃 수입이 크게 늘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화훼산업은 지난 10여년간 줄곧 내리막길을 걸었다. 2003년 시행된 공무원 행동강령이 주요 원인이다. 공직자가 3만원 이상의 화환 등을 받을 수 없도록 한 이 강령으로 인해 국내 1인당 꽃 소비금액은 2005년 2만870원에서 2014년 1만3867원까지 떨어졌다. 소비가 줄면서 화훼 생산도 감소했다. 2005년 1조105억원이던 화훼 생산액은 2014년 7046억원으로 30%나 감소했고, 같은 기간 농가 수도 1만2859명에서 8688명으로 32.4% 줄었다.
화훼 수출입 통계도 화훼산업이 큰 위기임을 보여준다. 2010년 1억달러를 넘었던 화훼 수출액은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해 2015년 2850만달러로 쪼그라들었다. 올 들어 상황은 더 악화돼 수출액(1~5월)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1.9%나 줄었다. 수출이 감소한 사이 수입액은 급격히 늘고 있다. 2011년 4442만달러이던 수입액은 2015년 6076만달러로 5년 사이 36.7%나 늘었다. 2014년을 기점으로 수입액이 수출액을 추월한 상태다.
김영란법과 한·콜롬비아 FTA는 그렇지 않아도 위기인 화훼산업에 결정타를 날릴 것으로 우려된다. 입법예고된 김영란법 시행령은 일상적으로 주고받을 수 있는 선물의 한도액을 5만원, 경조사비는 10만원으로 정하고 있다. 경조사용이 전체 꽃 소비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화훼업계는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업계 전체가 고사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7월15일 발효 예정인 한·콜롬비아 FTA도 화훼산업에 추가적인 피해를 줄 것으로 전망된다. 콜롬비아산 꽃은 장미·수국 등을 중심으로 고품질로 알려져 있다. 비행기로 운송해야 하는 약점에도 불구하고 매년 콜롬비아산 꽃 수입이 늘고 있는 이유다.
2010년 84만2700여달러에 불과하던 콜롬비아산 꽃 수입액은 2015년 509만9450달러로 5배 이상 급증했다. 수입액이 중국산(2015년 1913만6320달러)의 4분의 1 수준까지 많아졌다.
여기에 현행 25%인 관세가 연차별로 철폐되면 콜롬비아산 꽃은 경쟁력이 더욱 커져 우리나라로 수출하는 물량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관세는 카네이션(절화)이 3년 만에 완전 철폐되는 것을 비롯해 장미(절화) 등이 5년, 기타 절화가 7년에 걸쳐 완전히 없어진다. 관세감축 기간이 상당히 짧은 편이다.
화훼업계는 정부가 경각심을 갖고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구본대 한국절화협회장은 “김영란법에서 농축산물을 제외하는 한편, 수입되는 화훼에 대해 저가 신고 및 원산지 허위 표시 등과 같은 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정부가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화훼단체협의회는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집회를 갖고 “화훼농가 다 죽이는 대책 없는 김영란법 시행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서륜 기자 seolyoon@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