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림축산식품부는 쌀 등급을 표시할 때 미검사 표시를 못 하도록 표시 사항을 개선하는 내용이 포함된 ‘양곡관리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4일 입법예고했다.
현행 쌀 등급표시제는 특·상·보통·등외·미검사로 구분되는데, 이 중 등급검사를 하지 않는 경우에 표시하는 미검사를 없애겠다는 설명이다. 이렇게 되면 미검사로 표시(전체의 73.3%)하던 대부분의 RPC들이 특·상·보통·등외로만 쌀 등급을 표시해야 한다.
다만 RPC 등 양곡 유통업체들의 제도이행 준비기간을 감안해 1~2년의 유예기간을 부여한다는 방침이다. 일반 유통업체는 유예기간이 1년, 정부지원을 받지 않은 영세 유통업체는 유예기간이 2년이다. 또 등급표시를 위반하더라도 벼 매입자금 지원대상에서 배제하지 않기로 했다.
과태료 부과는 현행대로 유지된다. ‘양곡관리법’은 의무표시 사항인 쌀 등급표시를 위반하면 2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토록 명시하고 있다.
농식품부는 “미검사 비율이 높아 제도의 취지가 훼손되고 소비자의 알 권리가 침해된다는 불만이 많았다”며 “미검사 삭제는 등급표시율과 완전미율을 높여 고품질쌀 생산을 촉진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RPC들은 “유통과정에서 싸라기가 발생하거나 수분이 증발돼 품질 변화가 생기면 자체 표시한 등급이 법규 위반이 될 수 있다”며 현실을 도외시한 행정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전북의 한 RPC 대표는 “유통과정에서의 품질변화를 우려해 미검사를 고수하고 있는데, 미검사를 없애면 RPC들의 피해가 불가피할 것”이라며 “RPC가 도·소매단계에서의 품질손상까지 모두 책임질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하소연했다.
경남의 한 RPC 관계자는 “고가의 품질분석기를 설치해야 하는데다, 품질분석기에 대한 자체 검정기관이 없어 등급에 대한 불신이 크다”며 “공인된 기관이 등급검사를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될 때까지 미검사 표시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역적으로는 조생종인 <오대벼> 주산지의 반발이 심하다. 강원 철원의 한 RPC 관계자는 “<오대벼>는 품종 특성상 쌀알이 뿌옇게 보이는 현상(분상질립)이 있어 ‘상’ 이상의 등급을 받기 어렵다”며 “미검사 삭제로 수십년간 쌓아온 <오대벼>의 고품질 이미지가 무너지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문병완 농협RPC운영 전국협의회장(전남 보성농협 조합장)은 “정부의 의도는 충분히 이해되지만, 당장 시행하기엔 현실적인 걸림돌이 너무 많다는 게 문제”라면서 “여건이 성숙될 때까지 미검사 표시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정부에 전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남우균 기자 wknam@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