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월26일 충남 태안군 안면읍에서 고추농사를 짓는 김수길씨(왼쪽)와 김규환 안면도농협 과장이 건조 중인 고추를 살펴보고 있다.
◆산지 작황 양호, 재배면적은 감소=전국적으로 작황은 양호하다는 평가다. 충남 태안에서 20년 넘게 고추농사를 짓는 김수길씨(73·안면읍)는 “올해는 대체로 농사가 잘된 편”이라며 “초기 병해가 약간 있었으나 비가 적게 온 편이라 작황이 양호하다”고 말했다.
김규환 안면도농협 과장은 “비가 적게 내려 일부 가뭄 피해를 당한 농가도 있지만, 고추는 비가 많이 오는 것보단 적게 오는 편이 훨씬 낫다”면서 “8월 중순까지 태풍이 없다면 올해 건고추 품위는 상당히 좋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1일 발표한 8월 관측월보에서 “현재까지 전체적인 건고추 작황은 양호한 수준으로 조사됐다”면서 “다만 7월 중순부터 고온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전남·북 일부 지역에서 가뭄과 병해충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올해 건고추 재배면적은 지난해보다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농경연이 조사한 2016년산 건고추 추정 재배면적은 3만1937~3만3057㏊로 지난해보다 4~7%, 평년보다는 20~23% 줄었다. 하지만 생산량은 지난해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전망이다. 산지에서는 작황이 대체로 좋기 때문에 생산량은 오히려 지난해보다 소폭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반면에 농경연은 올해산 건고추 생산량을 8만7000~9만4000t으로 추정, 지난해보다 4~10% 감소할 것으로 분석했다.
◆가격은 약세 예상=올해산 건고추는 8일께부터 시장에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다.
우병욱 경북 서안동농협 공판장 경매사는 “화건의 경우 7월 말부터 올해산 물량이 나오고 있으나 아직 미미한 양”이라며 “8월 둘째주부터 출하물량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조항태 안면도농협 상무는 “양건은 7월 초부터 맏물 수확을 시작해 일부 농가는 이미 시장에 내놓기도 했다”면서 “농협 수매물량은 11일부터 전국 농협판매장을 통해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올해산 건고추 가격은 지난해보다 낮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병욱 경매사는 “올해 예상 수확량이 적지 않고 지난해산 재고량 또한 많은 것으로 파악된다”면서 “햇건고추 상품 한근(600g)의 산지 가격은 지난해보다 1000원가량 낮은 5500원 선에서 형성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농경연도 관측월보를 통해 8월 화건 상품 600g당 평균 도매가격을 7000원 안팎으로 예측했다. 지난해보다 1500원가량 낮은 값이다.
산지에서는 늘어나는 재고량과 관련해 수급조절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농경연이 추정한 7월 말 기준 국내산 건고추 재고량은 3만109t으로 지난해보다 27% 많은 수준이다.
신동조씨(65·충북 음성)는 “몇년째 고추값이 맥을 못 추는 이유는 소비가 줄고, 수입 고추가 시중에 많이 풀리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한근당 1만원은 받아야 인건비와 농약·영농자재비 정도를 건질 수 있다”고 하소연했다.
우 경매사 역시 “해마다 각 가정의 건고추 소비량이 줄어들어 시세가 높게 형성되지 않는다”면서 “재고량이 많은 현재로선 농협에서의 수매도 한계가 있는 만큼 정부 차원에서 수급조절과 소비진작에 대한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태안=이현진, 음성=류호천 기자 abc@nongmin.com